[엄마와 함께 읽는 꽃이야기]어버이날 가슴의 카네이션
꽃집 아가씨 소크니스, 꽂꽂이 잘하기로 유명
다른 꽃집 주인 음모로 어느 날 죽은 채 발견
꽃의 여신 '플로라'그녀의 넋 위로
소크니스, 카네이션으로 재탄생

오랜 옛날 로마에 소크니스라는 예쁜 아가씨가 살고 있었어요.

소크니스는 꽃집을 운영하는 아가씨로 머리에 쓰는 꽃관을 전문적으로 만들어 팔았는데, 꽃관을 만드는 솜씨가 너무도 뛰어나 로마의 모든 시민들이 그녀를 칭찬했어요.

"소크니스에게 꽃관을 예약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고 하던데."

"거룩한 신전에 장식하는 꽃꽂이도 모두 소크니스가 한대."

"그녀가 꽃을 다루는 솜씨는 하나의 예술 작품이야. 로마 신전에 장식하는 꽃을 보면 이것은 사람의 작품이 아닌 것 같아."

로마 시내에서 꽃관을 만들어 파는 다른 가게들은 손님이 없어 문을 닫을 정도였지만, 소크니스의 꽃가게에는 꽃관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기까지 했어요. 로마 시내 꽃가게에서 꽃 장식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 중에서 소크니스를 따라올 솜씨가 아무도 없었거든요.

한편, 로마 시내에서 꽃 장사를 하는 가게에서는 소크니스에 대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소크니스의 꽃가게로 사람들이 몰리는 바람에 그들은 꽃가게를 운영할 수 없을 정도로 손님이 적어, 그들끼리 조합을 만들어 담합하여 꽃값을 아주 싼값에 팔기도 하고, 자기 가게를 찾는 고객들에게 선물을 하는 등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했었어요. 그렇게까지 했지만 그들은 소크니스 가게를 도저히 따를 수가 없었어요.

그들이 더는 꽃가게를 운영할 수 없게 되자, 꽃가게를 하는 조합원들끼리 회관에 모여서 소크니스에게 대응할 방법을 의논하기로 했어요.

"우리 이러지 말고 소크니스를 응징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을 연구하자."

"우리가 할 방법은 다 했어."

"꽃값을 내린다든지 하는 그런 방법 말고, 적극적인 방법이 없을까?"

그들은 이렇다 할 방법이 없어 서로 눈치를 바라보고 이런저런 얘기만 늘어놓았어요. 그때, 그들 중에 나이가 많고 대머리인 사람이 말은 하지 않고 입가에 음흉한 웃음을 빼물고 주변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어요.

그는 뒤쪽에 앉아서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고 이 사람 저 사람의 눈빛만 보고 있었어요. 대머리에 키가 큰 이 사람은 그들 중에서 평소에 아주 음흉한 사람으로 알려진 사람이지요. 그 자리에서 좋은 결론이 나지 않자, 드디어 그 대머리 사람은 자기와 평소에 뜻이 잘 맞는 몇 사람을 데리고 은밀한 의논을 하고자 비밀스러운 곳으로 갔어요. 그 비밀 장소는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음침한 방이었어요. 그곳에서 그들은 머리를 맞대고 소크니스와 대응할 어떤 음모를 꾸미는 것 같았어요. 대머리 사람이 먼저 말을 끄집어내었어요.

"우리가 아무리 해도 소크니스와 경쟁할 방법은 없다. 단지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하지만……."

그 대머리 사람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을 쉽게 끝내지 않고 머뭇거리자, 모두가 궁금하여 그의 입을 바라보고 재촉했어요.

"대체 무엇이야? 우리가 서로 마음이 통하는 사람만 모였잖아."

"그러지 말고 시원하게 말해. 우리가 무엇을 숨기겠어."

그 대머리 사람은 숨을 크게 쉬고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 음흉한 웃음으로 입술을 몇 번 깨물더니, 아주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제거하는 거야."

"뭐? 암살?"

"그렇지만, 그것은 아닌 것 같은데……."

"맞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것은 아니야."

대머리 사람의 말에 모두가 부정적인 말을 한마디 하고는 입을 다물었어요. 평소에 그 대머리 사람의 성격을 아는 사람들이라 그가 하는 일을 더 말리려 하지 않았어요. 그가 한번 한다면 그 일을 꼭 해치우는 사람이거든요. 그런 대머리 사람의 말에 어떤 사람은 너무 긴장해 손발을 파르르 떨기도 하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러나 대머리 사람은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태연하게 말했어요.

"괜찮아, 나에게 맡겨. 내가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할게."

대머리 사람은 그 말을 하고 주변의 사람들을 둘러보았어요. 주변에 함께 한 사람들이 아주 어두운 얼굴을 하고 숨소리마저 죽이고 고개를 깊이 숙이고만 있었어요. 비밀 장소에 모였던 사람들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무겁고 창백한 얼굴이 되어 고개를 갸웃거리며 돌아갔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로마 시내에 사람들의 입을 통해 아주 긴급 뉴스가 퍼졌어요.

"소크니스가 죽었대!"

"뭐? 소크니스가 죽어? 그 예쁘고 꽃 장식을 예술적으로 하는 아가씨가?"

"그의 가게에서 밤늦게까지 꽃관을 손질하다가 의자에 앉은 채 새파랗게 질려 죽었대."

로마 시내 사람들은 소크니스의 죽음을 모두가 안타까워했어요.

"세상에! 그토록 꽃 장식을 예술적으로 예쁘게 잘하는 아가씨가 갑자기 죽다니! "

"소크니스의 그 예술적 꽃관을 이제 어디서도 볼 수 없게 되었네."

시민들은 소크니스의 죽음을 너무 안타깝게 생각하고 그녀의 영혼을 어떻게 위로할까 걱정을 했어요. 그들은 신전에 모여서 의논을 하고, 또 주변 사람들의 의논을 모은 결과 그녀를 시민 공원의 가장 양지바른 곳에 묘지를 만들어 장례를 치러 주기로 했어요.

시민들은 소크니스를 너무도 사랑하여 그를 위한 노래까지 지어 부를 정도였어요.

'♬꽃같이 아름다운 아가씨, 꽃처럼 아름답게 살다가, 꽃처럼 떨어졌으니, 꽃 속에 고이 잠드소서.'

그녀를 사랑하던 시민들은 이런 애절한 노래를 부르며 소크니스의 무덤에 그들이 정성껏 만들어온 꽃다발을 수북하게 쌓아 놓기 시작했어요. 소크니스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행렬이 무덤 앞으로 길게 이어지고, 무덤은 시민들이 바친 꽃다발이 쌓여 작은 꽃동산을 이루었어요.

드디어, 소크니스의 안타까운 죽음이 신들에게까지 알려졌어요.

플로라 여신이 소크니스의 죽음을 가장 마음 아프게 생각했어요.

"으음. 신전을 그렇게 아름답게 장식해 주던 예쁜 소크니스가 죽었다고?"

꽃의 여신 플로라는 소크니스의 그 아름다운 넋을 위로하고자 그녀를 한 송이 분홍색 꽃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주었어요. 건강과 존경의 의미가 있는 분홍색 카네이션이 바로 소크니스의 혼이 꽃으로 태어난 것이지요.

신의 잔치에 꽃을 장식한 착한 아가씨의 혼을 담은 카네이션을 신의 패랭이꽃(순결한 사랑)이라고도 해요.

카네이션의 꽃말은 '건강을 바라는 마음', '당신을 존경합니다'래요. 어버이날 카네이션 꽃은 지금부터 약 100여 년 전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소녀가 어머니를 여의고 어머니 산소에 피어있는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기 시작한 데서 유래했어요. 부모님이 살아 계시면 붉은 카네이션 꽃을, 돌아가시면 흰 카네이션 꽃을 달지요.

카네이션을 어버이날, 스승의 날에 가슴에 다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시민기자 조현술(동화작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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