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폐쇄성 폐질환
"담배 하루 한갑 이상 20년 넘게 피우면 발병률 높아"
합병증 예방 조기진단 중요…직업 관련 위험성 관리

운동을 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주로 하는 말. "나는 숨쉬기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어." 하지만 미세먼지에 황사에 대기오염까지, 숨을 잘 쉬는 것도 쉽지 않은 세상이다. 여기에 숨을 쉬기 힘든 병까지 겹친다면? 어떤 이는 '폐암'보다 무서운 병이라고 말하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에 대해 창원시 마산합포구 MH연세병원 호흡기내과 이영진(사진) 과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증상 =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란 흡연, 분진과 같은 유해한 입자나 가스 등으로 인해 폐에 비정상적인 염증 반응이 일어나면서 점차 폐 조직이 손상돼 호흡곤란을 유발하는 호흡기 질환이다. 즉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앓게 되면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다.

이 과장은 "흡연이 만성 폐쇄성 폐질환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며 "담배를 하루 한 갑 이상, 20년 넘게 피우면 발병 위험이 높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흡연자나 직업적으로 위험 인자에 노출될 우려가 있을 때는 매년 폐기능 검사 등을 해보는 것이 좋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의 주요 증상은 만성 기침과 만성 객담, 호흡곤란 등이다.

흡연, 분진, 연기 등에 노출된 병력이 있는 40세 이상 성인이 이유없이 기침과 가래가 지속되거나, 숨을 쉴 때 쌕쌕거리고, 숨이 찰 때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질환이 진행되면 피로와 체중 감소, 식욕 부진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만성 기침은 간헐적이거나 매일, 때로는 하루 종일 지속될 수 있다.

호흡곤란은 점차 악화되고,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운동을 하면 심해진다.

천식 역시 기침이나 호흡곤란이 있지만 만성 폐쇄성 폐질환과는 차이가 있다. 천식은 주로 어린 시절 발병하고, 야간에 증상이 악화한다. 그리고 주로 가역적 기도폐쇄가 나타난다.

이 과장은 "가역적이란 가변적, 즉 변화한다는 뜻이다. 천식은 증상이 없을 때 폐기능 검사를 하면 정상으로 나온다. 평상시에는 호흡 곤란이 없다가 천식발작이 발생하면 폐기능 수치가 낮게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만성 폐쇄성 폐질환은 중년기에 시작하고 대부분 비가역적 기류제한, 즉 평상시에도 항상 호흡곤란이 있다"고 설명했다.

MH연세병원 호흡기내과 이영진 과장. /이원정 기자

◇왜 심각하나 = 그렇다면 왜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폐암보다 심각하다고 할까.

이 과장은 "폐렴 등의 질환과는 달리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일으키는 폐 손상은 치료를 하더라도 손상 이전의 완전한 상태로 회복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조사에서 우리나라 40세 이상 성인 중 13% 이상이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문제는 20년 이상 담배를 피우고 호흡곤란 증상까지 있는 잠재 환자의 90% 이상이 병원 진료도 받지 않고 병을 방치하고 있다고 한다. 또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폐가 50% 이상 손상되기 전까지는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치료를 하더라도 폐기능을 완전히 회복시키기가 힘들다.

이 과장은 "만성 폐쇄성 폐질환은 끝이 정해져 있지 않은 병이다. 즉 치료하지 않고 흡연 등을 지속할 경우 죽을 때까지 끝없이 호흡 곤란이 지속되거나 심해질 수 있다"며 "100m를 전력 질주한 후의 숨이 찬 상태가 지속된다면 어떠할지 생각해보라. 그런 상태가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삶의 질은 급격히 떨어지고 외출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 진행되면 머리를 감거나 양말을 신는 일상생활조차 힘들어진다. 일상적인 활동에 필요한 산소조차도 충분히 공급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쪼그려 앉으면 횡격막이 복부로 충분히 움직이기 힘들어 폐 용적이 커지지 않아 폐에 공기가 많이 들어가지 못하는데, 이로 인해 호흡이 더 힘들어진다.

이 과장은 또 "폐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폐의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로 완치할 수 있는데,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 심한 환자는 폐기능이 낮아 폐를 절제하는 수술 후 호흡부전으로 숨을 쉴 수 없어서 폐를 잘라내는 수술을 할 수 없다. 따라서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 심하면 초기 폐암에 걸리더라도 수술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사와 치료 = 만성 폐쇄성 폐질환은 조기진단이 아주 중요하다. 만성적인 염증으로 폐가 손상되면 재생되지 않는 데다, 폐기능의 손상이 심한 상태에서는 치료 효과도 낮기 때문이다.

검사는 폐기능 검사를 통해 폐 용적과 기류 제한 정도를 확인하고, 흉부 CT와 흉부 X선 검사 등을 하게 된다.

흉부 X선 검사나 CT와 같은 영상 검사는 주로 폐의 구조적인 변화를 관찰하고, 기능적인 부분은 폐기능 검사 등으로 파악한다.

질환 초기에 환자를 진단하기 위해 기침이나 객담, 호흡곤란이 없어도 흡연 등 위험 인자에 노출된 사람은 폐기능 검사를 하게 된다.

흉부 X선 검사와 CT는 동반 질환을 확인하고 다른 질환을 배제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검사이다.

이 외에 산소포화도와 동맥혈 가스 검사, 운동 검사 등을 시행해 질병으로 인한 상태를 파악한다.

이 과장은 "만성 폐쇄성 폐질환은 한번 발생하면 완치되지 않는 병이지만, 꾸준한 관리와 치료로 질환이 악화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합병증을 막고 일상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장애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치료는 금연이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앓는 사람이 담배를 계속 피우면 폐기능이 더 빠르게 악화한다. 또 호흡곤란 빈도가 증가하고 사망률과 합병증이 증가한다.

따라서 나이에 관계없이 담배를 피우는 모든 만성 폐쇄성 폐질환 환자는 금연을 해야 한다. 금연하면 흡연 이전의 정상 상태로 폐기능을 회복할 수는 없지만,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는 있다.

약물치료도 하게 된다. 약물치료 역시 폐기능을 정상으로 회복할 수는 없으나, 현재의 여러 가지 증상과 폐기능을 개선하고, 합병증을 예방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증상과 폐기능 개선에는 다양한 종류의 기관지 확장제와 흡입제 등을 처방한다.

환자가 자신의 병의 특징을 이해하고 호흡 곤란을 완화할 수 있도록 호흡재활치료도 한다. 호흡재활치료는 호흡 방법과 운동 요법, 정서적인 지지 요법 등으로 구성된다.

◇일상생활 관리 = 일상생활에서 만성 폐쇄성 폐질환 환자들은 금연이 필수적이고, 직업상 또는 여러 이유로 접할 수 있는 해로운 분진 등을 피해야 한다.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이로 인해 질환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원인 물질을 가급적 피해야 한다.

폐와 심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만을 경계, 적당한 운동과 체중 관리가 중요하다.

또 독감이나 폐렴과 같은 감염도 주의해야 한다.

이 과장은 "많은 만성 폐쇄성 폐질환 환자가 독감 유행기에 증상이 악화하고, 독감으로 인해 폐렴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감기나 독감, 폐렴에 걸릴 경우 이로 인해 만성 폐쇄성 폐질환의 급성 악화로 잘 진행된다"며 "따라서 외출 후 손씻기 등의 개인위생과 폐렴구균 예방접종, 매년 독감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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