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지사에 출마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태호 자유한국당 후보가 어제 관훈클럽 토론회에 초청받아 첫 번째 정책 대결을 펼쳤다. 관훈토론회에서 서울시장을 제외한 광역단체장 후보를 초청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서, 그만큼 경남도지사 선거가 '빅 매치'로서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음을 입증했다. 지방선거가 흥행하는 것은 대선이나 총선보다 낮은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긴 하다. 그러나 경남도지사 선거가 시선을 끄는 주된 원인은 김경수 후보가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음에 따라 김 후보의 당선이 유력했던 경남도지사 선거 구도가 유동적으로 되었기 때문이다.

어제 토론회에서도 김경수 후보의 드루킹 의혹이 예상대로 도마 위에 올랐다. 김경수 후보는 검찰 조사 직후 기자회견에서처럼 자신의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태호 후보가 김경수 후보의 의혹을 집요하게 추궁하지 않음으로써 상대 후보의 약점에 기대지 않은 것은 바람직했다. 그러나 두 후보가 경남이 당면한 조선업 구조조정과 일자리 창출 등을 놓고 펼친 토론은 정책토론회로서 충분하지 않았다. 김경수 후보의 '경남제조업 르네상스론'은 경남의 경제위기에 대한 직시보다 남북정상회담의 기대나 성과에 기대지 않았는지 의구심이 든다. 특히 김태호 후보는 조선업 위기를 극복하는 정책을 내놓기보다 재임 시절 치적을 강조하는 데 치중함으로써 정책 선거의 빛을 바래게 했다. 또 김태호 후보가 보수도 유연해져야 한다고 말함에도 경남을 보수의 아성이라고 하거나 지역주의를 은근히 부추긴 것은 부적절했다. 지방선거는 이념 선거가 아니라 주민의 삶을 돌봐야 한다는 점을 무시한다면 공감을 얻기 어렵다.

경남 도민들은 지난 홍준표 도정을 통해 도지사 한 사람을 잘 뽑는 것이 대선보다 더 중요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도민들의 일상적 삶에 대한 영향력은 도지사가 대통령 못지않게 막강하다. 게다가 경남의 당면한 현안은 도민들의 삶을 바꾸어놓을 만큼 매우 심각하다. 두 후보가 장밋빛 꽃길이 아닌 고난의 길을 자처한 만큼 경남이 당면한 현안의 해법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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