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보 상류지점, 이미 물고기 살 수 없는 상태
"오염퇴적물이 산소 잡아 먹어…보 빨리 철거해야"

수문 전면 개방만이 죽어가는 낙동강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이 또 한 번 확인됐다.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 공동조사단은 지난 6일 낙동강에서 '4대 강 사업 수문 개방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공동조사단은 6일 창녕함안보 인근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보 상류 지점으로 이동해 수질을 측정하고 저질토 시료를 채취했다.

그 결과 수심 8.12m 아래 강바닥 부근에서 측정한 용존산소량(DO)은 0.06ppm으로 나타났다. 대한하천학회는 치어가 강바닥에서 살려면 최소한 3~4ppm의 용존산소가 필요하다고 설명하면서 물고기가 살 수 없는 생태계라고 했다.

앞서 공동조사단은 지난 4일 금강에 이어 5일 낙동강 상류에서를 조사를 했다. 낙동강 칠곡보, 달성보, 합천창녕보의 상류 수심 9m 부근에서도 용존산소량은 각각 0.13ppm, 1.3ppm, 0.08ppm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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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보 바닥에서 발견된 실지렁이와 산소농도(우측)./박일호 기자

박창근 대한하천학회장은 "물속에 산소가 거의 없는 것으로 봐도 된다. 생명체가 살 수 없는 낙동강은 물고기가 산란할 수도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며 "낙동강 수문이 닫힌 탓에 강이 계속 고여 있으면서 수질은 악화하고 강바닥은 썩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낙동강 바닥은 오염된 펄로 뒤덮여 있다고 보면 된다. 오염된 퇴적물이 산소를 잡아먹어 산소량이 급격히 줄었고, 보가 있는 한 낙동강 수질은 해가 지날수록 유기물이 쌓여 점점 더 나빠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DO뿐만 아니라 같은 구간에서는 산도량(pH)는 7.86으로 나타났고 전도도(SP-COND)는 0.348㎳/Cm, 염분(SAL) 수치는 0.19 ppt로 확인됐다.

창녕함안보 상류의 강바닥 저질토 상태도 심각했다. 조사단이 채취한 시커먼 저질토를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와 선착장 인근 바닥에 쏟자 악취가 진동했다. 조사단은 저질토가 썩은 이유에 대해 오염된 유기물이 상당량 축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선착장 강바닥에서 퍼올린 저질토에서는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줄지렁이가 발견됐다. 조사단이 삽으로 두 번 퍼올린 흙에서 실지렁이 7개체와 줄지렁이 1개체가 확인됐다. 수서생태학 전문가 박정호 강원대 외래교수는 "실지렁이는 물이 정체되고 산소가 별로 없는 곳에서 잘 산다. 오염된 환경에서 다른 개체와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곳에서 서식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정도 수준이면 1㎡ 기준으로 실지렁이가 70~80마리 정도 서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 낙동강은 모래층으로 돼 있어 일부 정체된 곳의 펄층을 제외하고 실지렁이 등이 서식하지 않았는데 실지렁이가 나왔다는 것은 낙동강 환경이 생활용수로도 쓸 수 없을 만큼 썩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박 회장은 "낙동강의 저질토 시료와 수질 측정 결과 수문 전면 개방만이 강을 살리는 방법이라는 것이 다시금 확인됐다"면서 "농민들이 걱정하는 수위 한도는 4대 강 사업 이전 수위로 조절하면 문제가 없다. 정부가 농민과 수질 개선 모두를 잡는 방법을 조속히 실현해주길 희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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