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으로 물고기잡기' 등은 구시대 교육
'미래'가 '현재'인 교육현장 적폐 일소를

구석기시대의 학교에서는 '맨손으로 물고기 잡기', '몽둥이로 말 때려잡기', '횃불로 검치호(Saber Tooth Tiger) 물리치기'를 가르쳤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세이버 투스 교육과정(The Saber-Tooth Curriculum, J.Abner Peddiwell, 1939)이다.

그 후 빙하기가 끝나고 기후가 따뜻해지자 세상이 바뀌었다. 시냇물이 넘쳐흘러 흙탕물로 변하자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을 수 없게 되었고, 말떼 대신 재빠른 염소 떼가 나타났다. 또, 갑자기 검치호가 사라지고 덩치 큰 곰이 이동해 왔다. 이렇게 사회가 급변하자 진보적인 과학교육자들은 새로운 시대상을 반영하여 교육과정을 '물고기 잡는 그물망 만들기', '덫으로 염소 잡기', '함정으로 곰 포획하기'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통적인 세이버 투스 교육과정이 문화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는 보수주의자들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21세기 들어 세상은 크게 바뀌고 있다. 사회는 글로벌화가 더욱 심화하고 있고, 인공지능(AI), 로봇, 사물인터넷(IoT) 등의 출현으로 산업구조나 취업구조가 급변하고 있다. 이렇게 예측하기 어려운 미묘한 미래일수록 "기존에 강조되었던 지식과 기능뿐만이 아니라 사고력, 판단력, 표현력을 중시하고, 특히, 스스로 문제를 찾고 주위 사람들과 협력해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해결력을 키워주어야 한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와 연계하여 대학입시제도 또한 미래사회에서 필요한 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새 정부 출범 이후 특목고·자사고 폐지, 대학입시제도 개편, 유치원 영어교육 등 소위 '김상곤식 교육계획'을 추진하였으나 여기서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비전은 보이지 않고 여론과 정치권의 눈치 보기로 사회적 혼란만 키웠다. 이와 같은 땜질식 처방만으로 과연 급변하는 시대정신을 담아낼 수 있는 교육정책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나라 대학들에서 다양성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그것은 대학이 독자적인 학생선발권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학마다 설립자의 철학이 다른 만큼 키우고 싶은 인재상 또한 다양할 것이다. 따라서 대학입시에서 어떤 가치관을 중시할 것인지, 어떤 잠재능력을 갖춘 학생을 뽑을 것인지 하는 것은 그 대학의 고유한 권한이자 책임이다. 이제 교육부는 학생선발권을 모두 대학에 되돌려 주어야 한다. 고등학교 생활 전반을 중시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할 것인지 수능성적전형으로 할 것인지, 수시냐 정시냐 하는 문제들은 이제 대학의 판단에 맡기자.

더 나아가 고교평준화정책, 본고사 폐지 등 유신과 군부독재시대에 국가주도로 만들어진 교육정책들이 과연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최적의 교육정책인지 재검토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교육감 선거로 지나치게 정치화된 교육자치 또한 개선돼야 한다. 특히, 상급학교 입시에서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는 중·고등학교 내신제도에도 문제가 심각하다. 정신적으로 성숙·성장해가야 할 청소년기의 중·고등학생들을 12학기 동안 지루한 입시전쟁에 얽어맴으로써 사교육은 일상화됐고 과도한 내부 경쟁으로 피폐해진 아이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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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현재'인 곳이 교육현장이다. 현재가 잘못되면 미래는 없다. 교육부는 삼불정책을 포함해 모든 교육정책 중에 아직도 잔존하고 있을지도 모를 세이버 투스 교육과정과 같은 구시대적인 교육적폐를 찾아 과감하게 일소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국가적 희망을 기대할 수 있는 교육개혁의 참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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