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수학여행]산청 덕산중, 자연과 예술 즐기기
낮·밤·새벽에 숲 관찰·변화 체험…화가와 함께 그림 그려 마음 표현
양산 신주중, QR코드 여행자료집…학생들 스마트폰 놓지 않아 기획
1장에 다양한 정보…활용도 높아

바야흐로 수학여행 시즌이다. 수학여행은 자연·문화·역사 탐방을 통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직접 보고, 느끼고, 체험하는 현장 교육활동이다. 학교에서 학생 선호도 조사를 거쳐 기간과 날짜, 장소를 정하고 있지만 관광지 위주로 한 번에 여러 곳을 회유하는 '깃발을 쫓아 따라가는 여행'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재미있고 교육적 효과가 큰 여행이 될 수 없을까?' 하는 학생과 교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실마리를 주고자 남다른 고민 끝에 이색 수학여행을 다녀온 학교를 소개한다.

◇화가와 함께하는 여행 = 산청 덕산중학교 2학년 32명은 지난 4월 4~6일 '자연과 예술 즐기기'를 주제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학생들은 탄광촌 주민들의 삶을 독특한 형상으로 그린 '광부화가'로 알려진 황재형 화가와 함께 새벽-낮-밤의 숲을 느껴보고 심상화를 그리고 함께 공유했다. '뻔한 수학여행'과는 달랐다.

지난달 4~6일 강원도 태백으로 수학여행을 떠난 산청 덕산중학교 학생들이 숲 명상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밤에 갔던 그 숲을 낮과 새벽에 다시 찾아 자연의 변화를 체감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던 것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산청 덕산중

이번 수학여행을 기획한 김정숙 교사는 "여기 찍고 저기 찍고 의미 없이 기념촬영만 하는 수학여행을 수없이 다녀봤다. 수학여행을 가서 학생들에게 자유시간을 줘도 카페에서 스마트폰 게임만 하고 있었다"며 "수학여행 때만큼은 스마트폰 없이 자연 속에서 자유와 해방된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강원도 태백시 리조트를 낀 숲에서 하루를 보내며 낮의 숲을 보고 바람을 맞고, 밤에 그 숲을 다시 찾아 하늘과 별을 바라봤다. 새벽 공기를 맞으며 다시 찾은 숲에서 자연의 변화, 위대함을 오롯이 느꼈다. 황재형 화가와 태백미술연구소 연구원 8명이 함께해 지도를 맡았다. 특히 학생들이 그린 심상화를 살펴보며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김 교사는 "예술교육 목적은 예술가들을 대량 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예술교육은 모든 사람에게 필수적이고 청소년에게는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영원한 소통의 언어를 습득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자연 속에서 진정한 즐거움과 자신을 마주할 수 있도록 여행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덕산중은 수학여행 2주 전 매일 1시간씩 수학 여행지를 미리 교실에서 답사하듯 정보를 찾고 의미를 새겼다. 빠듯하지 않고 한가해서 오히려 낯선, 예술 활동을 결합한 특이한 수학여행이 가능했던 이유다. 김 교사는 "재미없는 일정처럼 보이지만 학생들 모두 다녀와서 수학여행을 화제로 삼는 등 자연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동화하는 듯했다"며 새로운 경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달 4~6일 강원도 태백으로 수학여행을 떠난 산청 덕산중학교 학생들이 숲 명상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밤에 갔던 그 숲을 낮과 새벽에 다시 찾아 자연의 변화를 체감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던 것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산청 덕산중

수학여행에 동참한 한규범 교감은 "기존 놀이문화 위주가 아닌 그림을 통해 내면세계를 잠시나마 들여다보는 이색 경험이 학생들에게도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재미만 좇는 수학여행이 아닌 살아 있는 교육 학습 현장이 되도록 기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산청 덕산중 한 학생이 숲 명상 후 그린 심상화를 소개하고 있다. /산청 덕산중

◇QR코드 여행 = 양산 신주중학교 2학년 414명은 지난 4월 23~25일 '4색 테마'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큰 재미는 'QR코드'를 넣은 여행자료집이다. QR는 'Quick Response' 약자로 '빠른 응답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가 있는 정사각형 마크다. 스마트폰을 코드에 갖다대면 바로 정보와 연결된다.

아이디어를 낸 전연옥 교사는 매년 수학여행을 가기 전 6~7쪽에 달하는 여행자료집을 만들지만 학생들이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데서 고민을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학생들을 보고 'QR코드 여행'을 구상했다.

전 교사는 "여행지를 구글에서 검색해 내용을 정리하고 네이버 QR코드 받기 작업을 해서 6~7쪽에 달하는 여행자료집을 1장으로 압축했다"며 "QR코드 자료집은 자원도 절약하고 지면 한계를 극복해 다채로운 정보를 실을 수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자료집이라 여행기간 학생들 활용도가 상당히 높았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3~25일 수학여행을 떠난 양산 신주중학교 학생들이 자료집 QR코드를 찍어 여행지 정보를 찾고 있다. /양산 신주중

한시윤 군은 "예전에도 여행지에서 그곳 정보에 대해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QR코드만 찍으면 정보가 다 뜨는 이번 자료집을 이용해 여행지 곳곳의 정보를 신속하게 얻는 재미가 있어 여행의 즐거움이 컸다"고 소감을 말했다.

신주중은 QR코드 수학여행을 다녀온 학생과 교사 만족도가 높아 앞으로도 다양한 체험 활동에 접목할 계획이다. 전 교사는 "자료집 한 장을 읽는 것도 힘들어하는 요즘 학생들이 스마트폰으로는 장문의 글도 금방 읽어내린다. 고등학교에서 대학 탐방 때도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진주 미천초등학교 3~6학년 20명은 지난 4월 26~27일 1박 2일간 충청도를 다녀왔다. 수학여행은 학교 특색교육 활동인 전통예술교육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어 탈곡 체험, 꽃 손수건 염색 등 전통문화 체험 중심으로 이뤄졌다.

지난달 23~25일 수학여행을 떠난 양산 신주중학교 학생들이 자료집 QR코드를 찍어 여행지 정보를 찾고 있다. /양산 신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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