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5월 1일에 문을 연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지역민들의 축하를 크게 받았다. 30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 이주민들이 유입되면서 공단이 밀집한 창원과 김해 등 인근 지역에는 전국에서도 안산 지역 다음으로 많은 노동자가 들어왔다. 그때만 하더라도 얼굴이나 피부색이 다른 이주민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의식이 강했던 시절이어서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였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정책이나 법제도가 미흡하기 짝이 없어서 이주노동자들은 말 그대로 소외지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바로 그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지역의 노동운동가와 시민운동가, 종교인, 전문가들은 경남이주민센터를 설립하고 정부도 못하는 일을 외롭게 시작해온 것이다. 최소한의 인간적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노동 상담은 말할 것도 없고 소통이 어려운 이주민들에게 한글과 문화교육, 가장 절실한 의료지원과 가족복지 지원활동, 제도 개선과 지역 연대활동을 꾸준히 펼쳐왔다. 처음에는 노동자들의 인권과 복지를 중심으로 상담활동을 하다 다문화 가족 지원활동, 이주민 자치조직 지원활동, 그리고 귀환 재통합 지원활동까지 점차 사업영역도 확대하여 온 것이다. 명실 공히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족을 위해서는 지역에서 가장 필요한 시민조직으로서 자리 잡아왔다고 할 수 있다.

눈에 띄지는 않아도 이주노동자나 가족들에게는 문화적 교섭과 사회적 적응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이주민센터는 어린이 도서관과 소년소녀합창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2005년부터는 이주민 전국 최대의 축제인 '이주민과 함께하는 다문화축제'(MAMF)를 해마다 열어왔다. 추석명절 즈음하여 열리는 맘프는 전국에 있는 이주민과 다문화가족은 물론 각 나라 정부관계자와 문화인들이 참여해 아시아인 사이에 문화적 화합의 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경남만 하더라도 이주민들은 더는 낯선 이방인이 아니다. 이제는 창원, 김해는 물론 거제, 통영, 양산, 농촌 지역에서도 늘 마주치며 어울려 사는 이웃이다. 여전히 가시밭길을 가는 경남이주민센터가 더 큰 울타리 역할을 해주길 바라며 고마움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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