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남북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라고 폄하하여 파문을 일으킨 홍준표 대표와 거리를 두려고 하고 있다. 몇몇 자유한국당 출마자들은 거리 두기 정도가 아니라 차이를 부각시키려는 선거전술도 채택했다. 홍 대표는 민심의 흐름엔 아랑곳하지 않고 그때마다 여론을 호도하고 왜곡한 전력이 많다. 불과 몇 달 전에 치른 대선에서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을 약속했다가 뒤엎는 등 후안무치한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현 정부 지지율에 대해서도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대목에선 실소를 넘어 지나친 게 아닌가 하는 반문마저 들게 했다.

국민을 좌우로 편 가르기 하는 것도 모자라 자신을 지지하지 않으면 악마시하는 홍준표식의 정치는 경남에선 익히 알려진 정치적 술수다. 진주의료원 폐쇄결정의 중요 이유로 들었던 강성노조 핑계 대기는 애당초 사실과 무관했다.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라는 프레임의 대립을 마치 현실에서 벌어지는 어마어마한 갈등인 양 호도하면서 보편적 복지는 세금도둑이라는 이미 예정된 주장을 반복해왔다. 민심은 무상급식을 지속하고 확대해야 한다고 해도 홍 대표는 민심의 흐름을 역행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위치를 돋보이게 하는 데 이용했다. 그게 정치라며 포장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홍 대표가 도지사로 재임하던 시절 측근이라고 일컬어지던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홍 대표가 입만 열면 자랑하는 치적과 업적에는 입을 닫고 있다.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식의 발언까지 한다. 홍 대표의 막가파식 발언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자유한국당 후보자까지 나온다. 이들은 홍 대표가 도대체 누구를 겨냥하고 있느냐는 비아냥과 조소까지 보낸다. 이러니 지지 유권자 결집 효과보다 홍준표 식의 정치에 염증과 환멸을 느끼는 유권자가 오히려 는다는 것이다.

유권자를 흑백으로 쪼개어 자신들의 지분을 손쉽게 가져갔던 시대가 있었다. 반공주의와 지역주의가 판을 치던 과거엔 정치의 기술이란 손쉬운 공작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촛불과 탄핵이라는 시대적 변화에 남북평화라는 역사적 흐름까지 부정하더라도 정치를 할 수 있다는 희한한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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