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기획전 '휴머니즘-인간을 위한 흙의 시' 리뷰
한국·영국 작가 사회문제 소재로 '인간성 회복' 강조…9월 2일까지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관객을 시험하고 보편적인 질문에 진심을 다해 답하라고 한다.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물음에 앞서 '나는 어떤 인간인가'를 되묻게 된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돔하우스에서 상반기 기획전 '휴머니즘-인간을 위한 흙의 시'를 개막했다. '2017-18년 한국·영국 상호교류의 해'를 기념해 양국의 작가 10명(9팀)이 휴머니즘과 관련한 작업을 내놓았다. 이들은 인간, 사회, 환경, 소통, 공동체를 주제로 인권을 위협하는 많은 문제와 마주하며 인간성 회복을 외친다.

돔하우스 중앙홀, 어린아이 두상을 형상화한 세라믹 오브제 8만여 점이 촘촘히 진열되어 있다. 우관호 작가의 '일만 개의 선물'이다. 중앙홀 가운데는 세라믹 오브제를 탑처럼 쌓았다. 검은 얼굴들이 가득하다. 아이 손바닥만한 얼굴들은 인종, 문화, 전쟁 등 많은 이야기를 건넨다.

우관호 작 '일만 개의 선물'. 관객 누구나 작품 한 점을 가져갈 수 있다. 이는 욕망을 시험하는 계기가 된다. /이미지 기자

우 작가는 이 중 한 작품을 가져가라고 했다(이후 관객은 작품 사진을 찍어 작가에게 보내야 한다). 그는 작품을 나누어 주며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장자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람과 예술, 작가와 관람객,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를 허물고 일상에서 소통하자고 말이다.

그런데 이 선택의 순간에서 욕망이 꿈틀댄다. 관객은 전시된 작품을 고르는 순간부터 무엇을 고를지, 어떤 것이 더 예쁜지, 다른 이들은 무엇을 선택하는지 신경을 곤두세운다. 또 하나만 소장해달라는 당부도 소유욕을 건드린다.

석창원 작가는 내적 욕망을 파고든다. 방송인 홍석천을 모델로 작업한 '자화상' 시리즈는 선입관과 편견을 위장한 현대인의 소외감을 말하는 듯하다. 도자에 회화를 더해 인간의 복잡한 내면세계를 표현했다.

맹욱재 작 '3개의 정원'. 맹 작가는 효율적인 식량 생산 방식으로 말미암은 구제역, 2차 오염을 말하며 어떠한 동물에서도 생명력을 느낄 수 없도록 했다. /이미지 기자

윤정선 작가도 회화로 이미지를 살렸다. 뒷모습만 보이는 여인은 어머니다. 그녀의 작품에서 동시대에 살아가는 여성의 모습은 참 외롭고 쓸쓸하다.

여성노동자도 마찬가지다. 고사리 레볼루션(김진, 백경원)의 작품은 여성노동자가 도자 제조업에서 압도적으로 많지만 인권과 대우는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을 기록하듯 작업화했다. '그림자 노동자 Ⅰ'은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을 변형시켜 현실을 풍자로 꼬집었다.

도자로 태어난 식물과 동물은 본래 자연의 이미지를 잃었다. 이는 작가가 의도한 것이다.

맹욱재 작가는 효율적인 식량 생산 방식으로 말미암은 구제역, 2차 오염을 말하며 어떠한 동물에서도 생명력을 느낄 수 없도록 했다.

석창원 작 '자화상' 시리즈 가운데 하나. /이미지 기자

또 피비 커밍스 작가는 흙으로 새로운 종의 식물을 만들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변형되고 부서져 가도록 했다. 마치 지구가 파괴되어 가듯이.

크리스티 브라운 작가는 동물원을 향해 걸어가는 아이들 뒷모습을 내놓았다. 어린이들은 자연스레 자연에 끌린다고 말하는 작가의 작품에서 연민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외에도 이바 마스터만 작가는 '나를 만지고 사용하세요'라는 제목으로 가구 오브제를 선보였고 클레어 투미 작가는 한 가지씩 좋은 일을 하도록 당부하는 작품 '교환'을 내놓았다. 커피잔 1550개에는 '고아 입양', '자선을 위한 마라톤에 참가하세요'처럼 사회를 이롭게 하는 실천을 적어놓았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측은 이번 전시를 통해 인간과 사회, 환경에 대해 깊이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강조한 작품(윤정선 작가)에 의도를 숨겨놓고 동물과 식물을 낯설게 해 인간의 욕심을 직시하라는 작품들. 오만과 타성에 젖은 나를 질타한다.

전시는 9월 2일까지. 문의 055-340-7004.

고사리 레볼루션 작 '그림자 노동자 I'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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