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 팀이 이기는 경기보다 이변이 재미
도민체전 창원 1강 바꿀 제도 개선 필요

스스로 즐기는 스포츠건 지켜보고 응원하는 스포츠건 가장 중요한 관건은 '재미'다. 재미가 없으면 더이상 뛰기 어렵고 응원하기 어렵다.

'아 조금만 더 하면 이길 것 같은데…' '아니 우리가 저 팀에 지다니, 억울하다' 같은 감정도 그 '재미'의 한 요소이다. 승패 자체가 재미일 수도 있지만, 그 속에 녹아있는 이야기가 더 큰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지난달 11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K리그1 경남FC와 전북현대 경기. 경남이 0-4로 대패했다. 이 경기를 전북이 이겼다고 해서 잘했다고 칭찬받지는 않는다. 객관적 전력으로 볼 때 전북이 이기는 것은 당연해 보였기 때문이다. 경남이 졌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없다. 질 만한 상대에게 졌지만, 지는 과정은 경남이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전북이 정말 지·나·치·게 잘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진주 일원에서 열린 제57회 도민체전. 창원시가 시부 우승을 못 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창원시가 우승한 데는 아무런 스토리도 없고 재미도 없다. 진주시체육회는 개최지 이점으로 어쨌거나 종합 2위를 차지해보겠다고 분전했지만 김해의 높은 벽을 넘는 데도 실패했다.

하지만 군부에서는 대이변이 일어났다. 이른바 '언더 도그의 반란'이라고나 할까. 한때 함안과 함께 도내 군부 체육을 주름잡았던 거창군이 10년 만에 종합 우승을 차지한 것은 옛 저력이 있으니 그럴 수 있다고 치자. 18년 만에 종합 3위를 차지한 남해군 선수단의 투혼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4위를 한 고성군과 점수 차가 0.5였으니 끝까지 피를 말리는 경쟁을 벌였을 터이다. 10개 군 중 '잘하면 5위'를 예상하고 나온 체전이었으니 성취의 보람도 배가됐을 터이다.

도내 시군별 체전 성적을 보면 시부는 절대 1강 창원시에 김해 양산 진주가 2~3위권을 두고 다투는 양상이다. 종합 2위를 차지하면 사실상 1위를 한 것으로 스스로 위안을 삼기도 한다. 그만큼 창원시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다. 이래서는 체전이 재미를 불러일으킬 수가 없다.

군부도 비슷했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거창과 함안이 우승을 다퉜고 창녕과 고성 정도가 3위권 이내에 들고자 경쟁했다. 하지만 지난 9년간 함안군이 연속 우승을 차지하면서 함안 1강이 굳어지는 듯했지만 이번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창녕 고성은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런 반전이 있을 때 선수나 지역 주민이나 재미를 느끼고 감동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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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도 이런 반전이 일어날 수 있게 이제는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적어도 개최도시는 창원시하고 우승을 다툴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2위를 하고 '사실상 1위'라고 자위하는 것과 정말 우승 경쟁 끝에 2위를 차지하는 것 사이에서 오는 감동은 그 결이 전혀 다르다.

도민체전은 창원시민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다. 도민들이 재미를 느낄 이야기가 필요하다. 내년 체전은 창원시가 아닌 개최도시 거제시가 우승할 가능성이라도 열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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