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불평등·경영실패 노동가치 하락
경영쇄신·노사협력 못하면 백약이 무효

작년 노동절에 발생한 삼성중공업 조선소 참사는 오늘날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이 얼마나 비인간적인지 여실히 보여 주었다. 부상자를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하여 치료하는 것보다 소속을 확인하려고 1시간 이상 지체한 것을 비롯하여 산재처리 등 법을 내세운 불합리와 비상식적인 일들이 벌어졌다. 한 해가 지난 후에는 어떨까. 노동자들은 여전히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를 보호할 법률은 바뀌지 않았다. 수많은 비정규직과 함께 조선업계는 조선업 불황에 맞물려 구조조정과 내부적 문제로 우울한 노동절이 되고 있다.

얼마 전 STX조선해양은 가까스로 노사 합의를 통해 법정관리로 가는 길을 면했다. 세계 조선경기에 따른 경쟁력 확보와 함께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그것만 해도 지역 경제계는 노사의 승리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STX조선해양에 대해 도민과 지역경제계가 격려를 한 이유는 명확하다. 노사 모두 허리를 졸라매며 기업회생을 위한 희생을 감내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유사한 기업들에도 본보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STX조선해양보다 덩치가 훨씬 크며 엄청난 국민의 혈세가 공적자금으로 투입된 대우조선은 아직 그런 교훈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이는 것 같다. 구조조정 이행률이 47.6%로 현대중공업과 삼성조선에도 훨씬 못 미치는 것이 그 반증이다. 디섹, 웰리브, 대우조선해양건설 등의 자회사 매각 건도 노조와 현장에서는 헐값매각과 경영진 개입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어발식 확장의 교훈이 되어야 하고 경영자금확보처가 되어야 할 자회사 매각이 내부에서부터 불합리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경영진의 책임이다.

인적 구조조정 후유증도 심각하다. 무리한 인력감축으로 일 할 사람이 줄어든 결과 최근 조선경기 회복으로 늘어나는 수주물량에 오히려 인력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중간 관리자에 의해 발생한 200억대 횡령 건 등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일반적인 시각에서는 경영진이 통감해야 할 부분이다. 저가수주 논란과 그에 따른 협력업체와의 갈등도 짚어야 할 대목이다. 저가수주는 경영악화와 조선 경기 하락을 견디기 위한 고육지책일 수도 있지만 경영진의 업적 부풀리기라는 오해의 소지도 있다. 작년 5월 1일 있었던 삼성조선소 참사와 유사한 안전사고들이 대우조선해양에서 끊이지 않는 것도 저가수주와 이에 따른 무리한 작업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의 최대 주주이며 정부 정책을 집행하는 산업은행은 이런 문제들이 대우조선 안팎에서 널리 퍼져 있음에도 현 경영진 유임을 결정한 모양이다. 4월 12일 긴급이사회를 열어 현 경영진 유임을 결정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정권이 바뀌면 정부 입김이 들어가는 기업의 경영진을 교체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었던 과거 전례로 보자면 신선하기는 하다. 하지만, 현 경영진 유임이 사실이라면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에서 일어났던 모든 경영적 실패에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 혈세가 10조 이상 투입된 사실로 볼 때 결코 용납될 사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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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경영진을 결정할 주주총회가 약 한 달 남았다. 현 경영진이 실패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무난한 경영만으로는 현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특히 세계 일류의 경쟁력을 갖추고도 제대로 된 경영혁신에 문제를 노출했다면 산업은행은 이사회 결정에 대해 다시 심고하는 것이 국민의 정서에 맞을 것이다. 정치적이지 않고 오로지 기업 회생과 성장을 생각한다면 거기에 맞는 인재를 찾아야 한다. 내년 노동절에는 대우조선해양발 제대로 된 노동절 기념일을 기대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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