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 1년 (하)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
사업주 지정한 책임자만, 모든 사고 책임지고 처벌
위험의 외주화 차단 시급 "법 제정만이 실효성 가져"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가 나자 정부는 초기 대응, 피해 노동자 산업재해 지원 등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부실한 조사로 사고 당시 집계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업의 중대재해를 막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중대재해 기업 처벌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속도는 더디다.

◇고용부, 부실 정기감독 =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부상자가 추가로 확인됐다.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서울 은평구)은 부상자 25명에 9명이 추가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경남근로자건강센터, 고용노동부 통영지청, 안전보건공단 경남지사, 근로복지공단 통영지사, 거제시 보건소 등이 사고 당시 일했던 1623명 노동자 중 1149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전화와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다.

이은주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활동가는 "누락되거나 은폐된 사실이 있다고 확인된 만큼, 정확한 실태파악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한 대책이 필요하다. 사고 이후 치료조차 받지 못했던 노동자들은 깊은 상처와 사회에 대한 신뢰를 잃은 상태다"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가 그동안 부실한 정기 감독을 벌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고 전후 감독 결과에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사고가 나기 전 지난 2016년 5월, 8월 정기 감독에서 각각 53건(사법조치 49건, 과태료 4건), 5건(모두 과태료)이 적발됐다. 그러나 노동절 참사 보름 뒤 열흘 동안 벌인 특별근로감독 지적 건수는 861건에 이른다. 이 중 443건이 사법 조치, 시정지시 24건, 과태료 부과 393건(5억 1962만 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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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 경남도민일보DB

무엇보다 정부 차원에서 피해 노동자 치료뿐만 아니라 사회 복귀를 돕는 통합 시스템 마련도 시급하다. 한 피해 노동자는 "조선소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 직업에 대한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조선소로 돌아가기 어려워진 노동자에 대한 국비지원 교육이나 재취업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업 경영 책임자 처벌해야" =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 1년이 다 돼서야 책임자 처벌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창원지검 통영지청은 삼성중공업 김효섭(62) 전 조선소장을 비롯한 전·현직 임직원, 협력업체 직원 등 1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여기에 최고 책임자인 박대영 삼성중공업 전 대표이사는 빠졌다.

노동계는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회사 대표를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승호 금속노조 경남지부 미조직비정규사업부장은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가 지정한 사업장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하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게만 책임을 묻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때문에 사업주는 책임을 면하고 있다. 그러니 누가 하청노동자 안전에 관심을 쓰겠나. 국회에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통과시켜서 회사 최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환춘 금속노조 법률원 경남사무소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는 "수많은 사상자를 낸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와 관련해 박대영 전 사장은 안전보건총괄책임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위험의 외주화'에 따른 하청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줄이려면 중대재해에 대해 기업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제정하고, 사업주가 산업재해 예방에 스스로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주요 내용은 △기업 대표이사와 이사 등 경영책임자 처벌 △사업장, 다중이용시설 등에 대해 인·허가 업무를 수행하거나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한 공무원 처벌 △기업 자체 처벌 등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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