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고민하지 말고 주변을 둘러보길 바랍니다"

고용한파. 이제는 익숙한 단어가 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3월 실업률은 4.5%, 청년실업률(15~29세)은 11.6%다. 경남은 실업률 3.8%, 청년실업률 10.1%로 전국 실업률보다 낮지만 심각한 건 매한가지다. 연령별 실업률 중에서도 유독 높은 청년실업률에 눈길이 간다. 30~59세, 60세 이상의 실업률 2.2%, 3.8%의 서너 배다. 한창 경제활동을 시작할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 해 실업자로 분류되고 있다. 학생들을 양성하는 교육기관도 이런 청년고용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취업 관련 부서에 힘을 쏟고 있는 추세다. 경남대학교 역시 인재개발처를 통해 학생들의 취업을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인재개발처를 총괄하는 여성구(59) 처장은 경남대 학생들의 취업에 가장 관심이 많은 이다. 어떤 면에서는 당사자인 학생들보다도 더할 정도다. 여 처장을 만나 경남대의 취업 상황, 그리고 지역 청년들의 취업 고민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봤다.

경남대학교 인재개발처가 자리 잡은 곳은 '창조관'이라는 건물이다. 지난해 개관한 창조관은 경남대에서 가장 최근에 생긴 데다가 학교 중심부에 있는 건물이다. 지상 3층, 지하 3층의 건물의 1층은 학생들이 앉아 쉬거나 모여 얘길 나눌 수 있는 홀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카페 등으로 구성돼 있다. 홀 한편에 가득한 구직과 관련된 정보 너머로 인재개발처 사무실과 취청압카페·스터디룸·강의실 등이 있다. 대부분이 인재개발처에서 관리하는 공간이다.

약속보다 조금 이르게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여성구 처장은 창원고용지청 관계자와 면담 중이었다. 처장실 바깥에서 면담이 끝나길 기다리는 5분 남짓의 시간 동안에도 서너 건의 학생들 취업 관련 전화가 왔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게 확연히 체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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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구 경남대학교 인채개발처장. / 이종현 기자

3년째 맡고 있는 인재개발처장

서울 태생의 여성구 처장은 81년 전임강사를 시작으로 쭉 경남대 국제무역물류학과 재직 중이다. 올해로 3년째 인재개발처장직을 맡고 있다. 통상 임기는 2년이지만 이미 임기를 넘었다.

"요즘 취업 상황이 워낙 안 좋잖아요. 지금 같은 때 누가 취업 관련 업무를 맡고 싶어 하겠습니까. 솔직히 저도 의욕적으로 하겠다고 나섰다기 보다는, 할 사람이 마땅치 않으니 하는 거죠. 어렵다고 외면할 수 있는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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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대학교 창조관 1층 전경. 1층의 절반가량이 학생들의 취업을 지원하는 시설이다. / 이종현 기자

현재 교수로서 강단에 서면서 인재개발처장 직을 맡고 있다. 교수로서 강단에 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과 인재개발처장으로서 학생들의 취업을 돕는 것.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둘을 겸임해야 하는 데 대한 어려움이나 부담은 없을까.

"아무렇지 않다고 말하면 그건 거짓말일 겁니다. 그래도 강단에 선지 40년이 다 돼갑니다. 익숙해진 만큼 요령도 생겼죠. 그리고 학교에서도 편의를 봐 줘서, 통상 7시간이던 강의 시간을 3시간 정도로 줄이기도 했습니다."

취업지원팀·IPP사업단

인재개발처는 조직표상 대학 본부 산하의 '처', 인재개발처·교무처·학생처·사무처·입학처·대외교류처 중 하나의 기관이다. 그 밑으로도 취업지원팀, 역량개발팀 등 조직이 세부화되어 있다.

"인재개발처 산하에 여러 조직을 두고 있는 형태입니다. 그중 취업지원팀과 역량개발팀라는 2개 팀이 있는데, 이곳에서 학생들의 취업을 돕는 업무 전반을 담당합니다. 진로·취업상담부터 이력서·자소서 클리닉, 취업·창업동아리 지원 등의 업무입니다. 글로컬현장실습지원센터, 취창업교육센터,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라는 3개 센터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외현장실습, 창업, 여성진로상담·취업지원 등 각자 특화된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그중 취창업교육센터의 경우는 곧 창업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로 이관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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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 기업탐방. / 경남대학교 인재개발처 제공

2개팀과 3개 센터가 전부는 아니다. 이 조직들을 중심으로 여러 업무를 맡고 있고, 별도 '사업단'을 운영하기도 한다. 고용노동부 등의 기관과 연계하는 사업들은 인재개발처의 핵심 사업이다. 여 처장은 여러 사업 중 IPP 사업단이 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고 한다.

"IPP 사업단은 고용노동부의 지원을 받는 사업입니다. 현재까지는 제일 성공한 사업이기도 합니다. 사업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매해 일정 이상의 학생을 기업에 현장실습 보내고, 그 기간 최저임금을 주는 겁니다. 학생들은 4개월에서 6개월가량 회사에서 실습을 경험하는데, 학교에서는 이 실습 기간을 학점으로 인정해 줍니다. 실습하다가 그 기업에 그대로 취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총 150여 명의 학생이 IPP 사업단을 통해 실습을 나갔습니다. 그중 4학년 실습생 90% 정도가 그대로 취직했습니다. IPP 사업단과는 별개로 일학습병행제라는 사업도 있는데, 이것 역시 고용노동부의 지원을 받는 사업입니다. 사업 내용은 학교에서 4~5개월 훈련받고 나머지는 회사에서 훈련하는 겁니다. 이 과정을 거쳐 1년 내에 취업하면 고용노동부에서 자격증을 발급해 주고, 이걸 받으면 기업에 정규직으로 바로 입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업인데, 지난해가 3기로 우리 학교가 전국 1등을 한 사업이기도 합니다."

해외 취업

고용난이 워낙 심해서일까, 청년들이 해외 취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 대학 등의 기관도 학생들의 해외 취업을 장려하고 있다.

"저희도 해외 취업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저희 자체적으로도 노력을 해 보겠지만, 역시 정부나 지자체 등 기관의 사업과 연계하는 데 주력할 생각입니다. 현재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K무브 스쿨'이라는 사업도 제안서를 낸 상태입니다."

해외 취업이라고 하면 너무 막연하다는 인상도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나라에 취업할까.

"지난해 기준으로 저희 학생들이 해외 취업한 건 미국, 말레이시아, 일본입니다. 해외 인턴으로 실습을 하면서 취업까지 연계하도록 돕는 건데, 말레이시아는 5명이 가서 4명이 취업했습니다. 미국은 7명 중 5명이 취업을 했고요. 일본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본 취업트랙'이라고 해서 별도로 일본 취업을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7명 중 6명이 일본에서 취업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사회복지사 자격을 따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으니, 사실상 전원 취업한 거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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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인턴활동. / 경남대학교 인재개발처 제공

학생들이 취업한다는 건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언어가 다른 타지에서 고생할 것을 생각하면 마냥 기뻐하기도 어렵다.

"물론 그런 걱정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취업 환경이 워낙 안 좋으니까요. '국내에서 안 된다면 해외 취업도 있다'는 걸 학생들에게 인지시켜주고 있습니다. 일본 같은 경우는 확실한 기업과 연계하다 보니 위험성도 적습니다."

해외 취업을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일까.

"어느 나라건 어학이 기본입니다. 어학만 된다면 전공 분야가 무엇이든 다 가능하다고 보시면 돼요. 일본은 JLPT(일본어능력시험) 2급을 꼭 요구합니다. 서비스나 상경 계통은 1급을 요구하고요. 저를 포함해 학교 차원에서도 학생들 해외 취업에 관심 쏟고 있습니다."

실습 통한 실무 역량 강화

여성구 처장은 수차례 '실습'과 '실무 역량'을 강조했다.

"취업을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기업에서 요구하는 사람이 되는 겁니다. 그러면 기업에서 요구하는 게 무엇이냐가 중요해지는데, 사실 대다수의 기업이 요구하는 건 특별한 기술이 아닙니다. 인성이나 성실함, 실무 역량 등을 중요시하죠. 업무 특성상 여러 기업체와 만나곤 하는데, 그분들이 항상 하시는 말씀이 '쓸데없는 것만 배웠다'고들 합니다.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의 역량이 자기 눈에 안 찬다는 거죠. 이건 학생들의 수준 문제라기보다는, 방향의 문제였습니다. 업체마다 업무 프로세스나 필요로 하는 기술이 다를 수밖에 없고, 경험이 없는 학생들이 당황하는 건 당연하죠. 제가 실습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학생들은 실습 기간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실제 회사에서 어떻게 쓸 수 있는지 조율하게 되는데, 이게 곧 실무 역량이 됩니다. 현장실습을 경험한 학생과 하지 않은 학생의 취업률이 10% 이상 차이 납니다. 실제 배운 걸 가지고 현장에서 활용해봤느냐가 중요한 거죠."

'실습', '실무 역량'. 납득할만한 내용이지만 의아함도 있다. 학생들은 대학이라는 곳에서 4년 동안 배우고 익힌 기술을 토대로 자신의 사정에 맞춰 구직활동을 하게 된다. 자연스레 학과에서 배운 것이 토대가 될 수밖에 없다. 인재개발처가 학생들을 교육시키려 해도 그 역할은 한정적이지 않을까.

"맞습니다. 취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재개발처가 아니라 학과죠. 저희의 역할을 취업에 약간의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학생을 어떻게 기루고, 어떤 능력을 갖추게 하느냐는 전적으로 개별 학과의 역할입니다. 그래서 학과 교수님들과 얘기해 강의도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 양성을 위한 방향으로 개편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문·이과 가릴 것 없이 힘들다지만, 특히 인문계열의 취업률이 심각하다. '실무 역량'이라고 하더라도 전공에 맞춰 취업하기 어려운 인문계열 학생을 위한 제도도 있을까.

"취업률이 낮은 분야의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인문계열 같은 경우는 IT 업계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역산업 맞춤형 프로젝트·지역인재 양성 프로그램 등에도 인문계 학생을 많이 참여시키고 있고요. 어느 정도 기술만 갖춘다면 인문계열 학생을 더 선호한다는 기업체가 많아요. 공대와는 다른 감각이 있다고. 그래서 저학년부터 학생들에게 부전공이나 복수전공, 연계전공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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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구 경남대학교 인채개발처장. / 이종현 기자

학생들에게 접근하는 게 최대 난관

나날이 악화되는 취업 환경이지만, 여성구 처장은 그리 암울하지만은 않다고 한다.

"고용 환경이 좋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제 전공인 무역학과는 한진해운 파산으로 인한 여파가 여전합니다.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어렵더라도 기업들은 여전히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고용 의지가 줄긴 했지만, 괜찮은 학생만 있으면 언제든지 채용하겠다고 말해요. '학교에서 인성만 보장해준다면 우리(기업)가 가르쳐서라도 쓰겠다'는 기업도 많습니다. 이런 요소요소를 잘 찾아본다면, 어려운 환경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여 처장은 오히려 학생들의 취업을 돕는 것보다 '학생들을 인재개발처로 오도록 하는 것'이 난관이라고 한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막막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저희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고요.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인재개발처로 오는 걸 꺼리곤 합니다. 인재개발처가 뭐 하는 곳인지 모르는 학생도 많을 거예요. 저희가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 사업을 하더라도 학생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교수님들께도 강의하실 때 인재개발처 홍보 부탁드리곤 합니다. 어떻게든 창조관 1층으로 오도록 유도해요. 저희가 직접 찾아갈 때도 있고, 교수님들이 직접 데리고 오실 때도 있습니다. 오기만 하면 도움을 줄 수 있어요."

학업과 취업 사이

학생들이 취업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배운다는 건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역시 '대학은 취업 학원이 아니지 않으냐'는 우려도 있다. 이는 경남대도 다르지 않을 터다.

"물론 불만을 가지는 교수님들도 많이 있습니다. 대학이 학생들 취업 센터냐, 공부라는 게 그런 게 아닌데… 하는 고민이죠. 하지만 학생들이 졸업해서 취업을 못 하면 가슴 아픈 게 또 교수들입니다. 취업에 필요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데 모두가 공감하고 있습니다. 모든 걸 학교에서 가르쳐줄 수는 없어요. 스스로가 배워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것 없다'는 소린 안 듣게 하려고 합니다."

여성구 처장 역시 강단에 서는 교수다. 여 처장은 학업과 취업 사이에서 고민하지는 않은지 물어봤다.

"맡은 업무가 업무다 보니, 학생들 취업에 눈이 먼저 가게 됩니다. 저희 때야 공부만 하면 다들 취업했으니 별 고민 안 했습니다만, 요즘은 공부 잘 한다고 해서 취업되는 사회도 아니잖아요. 학생들도 학업보다는 취업에 집중하고 있고요. 그렇다고 학문적인 부분이 중요치 않다는 건 아닙니다. 대학생의 취업 활동의 근간이 되는 건 대학에서 배우는 것들이에요. 학생들에게 사회로 진출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기본 역량을 갖춰주도록 하는 게 중요하고, 그 기본 역량 안에 대학에서 가르쳐야 할 학문적인 요소가 있을 겁니다. 지역사회나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기술적인 부분, 그리고 학사 전공자로의 지식. 이 둘을 따로 떼어내지 않고, 함께하도록 유도하는 게 지금의 대학에 요구되는 것 같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시대의 요구에 따라 변해야겠죠. 다만 학업과 취업은 결코 떨어져 있지 않다는 건 꼭 강조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과 학업 간 연계가 안 된 과도기적인 상태일 뿐이죠.

학생들의 취업에 힘 쏟은 지 3년째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고생하고 있는 경남대 학생들을 비롯한 '취준생'들에게 하고픈 말은 없을까.

"진로에 대한 고민은 일찍부터 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취업 준비하지 말고, 함께하거나 도와줄 사람을 찾으라고 하고 싶습니다. 경남대 학생이면 인재개발처, 창원 시민이라면 창원시청, 경남 도민이라면 경남도청,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고용노동부. 여러분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어요. 하지만 그 권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디 자기 권리를 누렸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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