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은 우리 삶이자 인생이에요"

문화원의 정의는 일정한 시설을 가지고 문화·사회교육사업을 실시하는 비영리 법인체이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노래교실, 문예창작, 요가, 동화구연 등 여러 가지 강좌를 들을 수 있다. 도내에도 많은 문화원이 운영되고 있다. 그중 작년 5월 김해에 문을 연 '메카문화원'이 눈에 띄었다. 김가송(54) 원장은 메카문화원을 어떤 지원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요가 강좌는 자격증을 취득한 김 원장이 직접 시민들에게 강의하고 있다. 문화원 운영뿐만 아니라 봉사 활동까지 하면서 24시간이 모자란 하루를 보내고 있다. 김 원장을 만나기 위해 메카문화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화·예술과 함께했던 과거

메카문화원은 김해시 주촌면에 위치해 있다. 김 원장과 함께 건물 2층으로 올라가자 60평 남짓한 공간이 보였다. 때마침 통기타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자리를 피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첫 질문으로 학창시절의 김 원장은 어땠는지 물어봤다.

"고향은 전라남도 여수입니다. 학교 다닐 때는 굉장히 성실했어요(웃음). 선생님들한테 인정도 받고 학생 간부를 할 만큼 리더십도 있었죠. 한마디로 뭐든지 '솔선수범'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여고를 다녔는데 표준말을 잘 구사해서 방송반에서 아나운서를 하기도 했어요. 그 때문에 직업으로 아나운서를 꿈꾸기도 했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에 있는 대학교에 진학했습니다."

유아교육학과를 전공한 김 원장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유치원에 근무했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면서 김해로 이사를 왔다. 피아노·미술학원을 차려 아이들을 지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받게 된 건강검진에서 큰 병이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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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가송 메카문화원 원장. / 박성훈 기자

"우연히 아는 언니 부탁으로 건강검진을 받게 됐어요. 의사 선생님이 폐에 바람이 빠져서 빨리 치료를 안 하면 큰일 난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죠. 그나마 조기에 발견해서 다행이었습니다. 운영하던 학원도 다 그만두고 치료에만 집중했어요. 치료 후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을 찾아봤어요. 요가가 눈에 띄었죠. 처음엔 치료를 위해서 꾸준히 배웠는데 갈수록 흥미를 붙이게 됐습니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직접 요가학원도 차렸어요."

메카문화원

메카문화원은 작년 5월에 문을 열었다. 초대 원장이 1년 남짓 운영을 하다가 개인 사정으로 메카문화원을 내놓게 됐다. 김 원장은 그 소식을 아는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됐고 직접 운영해보고자 마음을 먹었다.

"예전부터 문화·예술 쪽에 관심이 많았어요. 피아노·미술학원을 운영해본 경험도 있었고 여러 악기도 배웠었죠. 요가수업은 제가 할 수 있었고 모자란 분야는 강사분들이 채워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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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카문화원 외부. / 박성훈 기자

현재 메카문화원에는 총 15가지 강좌가 있다. 요가수업을 제외하면 강사진만 10명이 넘어간다. 문제는 강의료였다. 문화원을 자체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김 원장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현재 통기타, 민요, 명상, 요가, 사찰요리, 색소폰, 영어·중국어회화, 외국인한국어교실, 동양화 등의 강좌가 있습니다. 강사진을 구성하고 보니까 강의료가 문제였죠. 마음 같아선 많이 드리고 싶었지만 재정 상황이 마땅치가 않았어요. 그래서 '강의료로 얼마를 드리면 될까요' 라고 솔직하게 물어봤습니다. 돌아온 대답이 충격적이었어요. 다들 문화원이니까 1~3만 원만 받겠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1만 원이면 교통비도 안 나오는 금액이잖아요. 재능기부 형식으로 강의를 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정말 감동했죠. 그런 분들이 진정한 사회의 빛이라고 생각해요. 평생 못 잊을 분들이죠."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조력자의 역할

많은 강사진과 수강생들을 관리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김 원장은 문화원 운영 외에도 요가 강사와 봉사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언제가 가장 힘들었는지 조심스레 물어봤다.

"거짓말이 아니라 힘들었던 적이 없어요. 늘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죠. 더군다나 이곳을 상업적으로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니까 마음도 편합니다. 반대로 기뻤던 적은 많아요. 수강생들이 열심히 강의를 들을 때나 행복해하는 표정을 볼 때가 그렇죠. 그중에서도 제 뜻을 알고 다른 사람들이 '잘하고 있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 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그 힘으로 최선을 다해서 운영해 나가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단순한 조력자의 역할을 할 뿐이에요. 본인의 재능을 사람들에게 기부하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무언가 배우길 갈망하는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일종의 '다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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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카문화원 기타 수업 모습. / 박성훈 기자

앞서 말했듯이 김 원장은 문화원 운영 외에도 지역 곳곳에 봉사활동을 다니고 있다. 그중에서도 김해 야학이란 곳에서 어르신들 상대로 했던 봉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제가 김해 야학이란 곳에서 무일푼으로 봉사를 한 지 벌써 14년이 지났네요. 이곳에서 저는 국어 선생님이에요. 한글, 한자를 모르는 어르신들을 상대로 국어를 가르칩니다. 이분들이 제 수업을 듣고 대학교까지 가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가 참 자랑스러워요. 너무 제 자랑만 했네요(웃음). 그리고 20년 전에 장기기증 신청도 했습니다. 베풀 수 있을 만큼 베푸는 게 좋은 거 아닐까요? 사는 동안에는 이 사회의 작은 빛과 소금이 되고 싶어요. 진심으로요."

더 발전할 메카문화원

메카문화원 주변에는 올해 11월 완공을 목표로 아파트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김 원장은 아파트에 사람들이 입주하면 메카문화원도 지금보다 더 활기를 띨 것이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주촌면이 도심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문화원을 이용하는 분들의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높아요. 그런데 저기 보이는 아파트가 완공되면 사람들이 입주하겠죠? 아마 지금보다 더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메카문화원을 찾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내년에는 강좌도 더 늘리고 수강생도 많이 받아서 지금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바꾸어야죠. 완공이 올해 11월이라던데 그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 입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차장 한쪽에는 무대가 설치돼 있었고 메카문화원 옆으로는 큰 공간이 있었다.

"잘 보셨어요. 수강생들이 악기나 노래를 배웠다면 공연도 해봐야 하잖아요. 1년에 한 번 정도 정기공연을 준비하고 있어요. 보셨던 저곳이 수강생들이 설 야외무대입니다. 수강생 입장에선 가족, 지인 앞에서 공연을 한다면 평생에 잊지 못할 추억이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문화원 옆은 전시실과 봉사활동 공간으로 쓸 생각이에요. 직접 그린 그림을 전시하고 어려운 이웃을 초대해 봉사활동도 하는 거죠. 생각만 해도 흥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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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카문화원 야외무대. / 메카문화원 제공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문화·예술을 즐기고 있다. 문화원까지는 아니지만 작은 공간을 조성해 타인과 문화 예술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종종 찾을 수 있다. 문화원이던 작은 공간이던 문화와 예술을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면 좋을지 물어봤다.

"다른 분들도 제가 문화원을 운영한다고 하면 정말 대단하다고 해요. 그럼 저는 '문화·예술은 절대 특이하거나 특별한 게 아니다' 이렇게 얘길 하죠. 많은 분들이 '나와는 안 맞아', '살기도 힘들어' 같은 말을 해요. 사실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것도 모두 문화·예술 활동이거든요. 이처럼 문화원도 특별한 게 아니에요. 작은 문화 공간도 마찬가지죠. 타인과 함께 문화·예술을 즐기고 싶다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설사 처음 생각했던 방향과 다르더라도 고쳐나가면 되잖아요. 지레 겁먹지 말고 뭐든지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문화는 우리의 삶이자 인생이다

김 원장은 인터뷰 내내 '함께하는 문화·예술 활동'을 강조했다. 메카문화원 원장, 수업, 봉사활동 등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지만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한다. 김 원장에게 인생의 마지막 목표가 무엇인지 물어봤다.

"크고 원대한 꿈같은 건 없어요. 지금 하고 있는 수업, 봉사활동, 메카문화원 운영 등을 멈추지 않고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하는 거죠. 그리고 많은 분들이 문화원을 찾아주면 좋겠어요. 노래도 배우고 운동도 하면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예요.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수강생들과 문화원에서 배운 것을 들고 지역 곳곳에 봉사활동을 다니고 싶어요. 봉사라는 게 꼭 몸으로만 하는 게 아니거든요. 노래봉사, 교육봉사 등 다양한 것이 있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봉사가 무궁무진합니다. 그때까지 저부터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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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카문화원 요가 수업 모습. / 메카문화원 제공

오전에 요가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김 원장에게는 문화원 업무가 남아있었다. 인터뷰를 끝내고 힘든 기색 없이 일어서는 김 원장을 잡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어봤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어요. 문화·예술은 절대 어려운 게 아닙니다. 우리 삶이자 인생이에요.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고 나이가 들었다고 감정이 사라지는 게 아니잖아요. 남녀노소 상관없이 인생의 동반자처럼 함께 해야 할 게 문화·예술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혹시 본인의 재능을 발휘해 누군가를 가르치고 싶은 사람이나 문화·예술에 관련된 것을 간절히 배우고 싶은 사람은 주저하지 말고 연락주세요. 저도 앞으로 더 노력해서 김해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에 이바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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