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습지처럼 자연 생태계가 잘 보전된 사천 광포만과 인연이 닿은 건 10년 전이다. 광포만의 생태 환경과 가치에 매료돼 보호 활동에 열정적이던 한 환경운동가의 소개로 처음 알게 됐다.

사천시 서포면과 곤양면 사이에 있는 광포만 첫 모습은 지금도 잊히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넓게 펼쳐진 습지 위로 초록 빛깔을 뽐내던 광활한 갯잔디 군락지는 자연이 빚어낸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했다. 생전 처음 보는 다양한 종류의 게, 멸종 위기종인 대추귀고둥 등도 기억에 남는다.

겨울에도 여러 번 광포만을 찾았다. 호수처럼 넓게 펼쳐진 바다 위로 검은머리갈매기, 도요새, 원앙새 등 각양각색 자태를 뽐내는 철새들의 군무는 장관이었다. 직접 보지는 못했으나 천연기념물 제228호인 흑두루미도 광포만을 해마다 찾는다고 했다. 광포만의 생태 환경과 가치를 높이 평가했던 사천환경운동연합 등 경남지역 환경단체는 오래전부터 습지보호구역 지정과 생태공원 조성을 추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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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광포만도 개발 논리를 비켜갈 수 없었다. 10년 전부터 광포만을 매립하거나 바로 인근에 대단위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 불거졌다. 몇 년간 잠잠했던 광포만이 또다시 개발 위기에 놓였다. 최근 광포만 바로 옆에 25만 1485㎡ 규모 대진일반산업단지 조성 사업이 재개된다는 소식이 지역에 전해졌다. 지난 2015년 7월 사천시가 허가한 후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사업을 시행사가 다시 추진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습지보호구역 지정에 심혈을 기울였던 환경단체 반발은 거세다.

'개발', '보전' 두 단어를 두고 계속된 논란. 광포만의 현재와 미래 가치를 본다면 그 해답은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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