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인 5월 1일은 사전적 의미로 임금을 받는 모든 노농자를 기념하는 경축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경축일과 거리가 멀다. 특히 경남지역은 조선업 불황 여파와 끊임없이 이어지는 현장 참사로 그 어느 때보다도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5월 1일은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1주기이다. 지난해 오늘 거제조선소에서 800t급 골리앗 크레인과 타워크레인이 충돌해 하청업체 노동자 6명이 목숨을 잃고 25명이 다쳤다. 이 사고는 우리 사회의 노동자들이 처해 있는 현실과 부조리함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노동절인데도 쉬지 못하는 노동자가 많다. 하청노동자의 부당한 대우, 일상적인 위험 등 진정한 경축의 노동절을 맞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올 노동절만큼은 그런 부조리함을 일신하고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대접받고, 차별 없고 안전한 노동세상을 만드는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 최소한 그런 사회적 움직임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 어디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다. 오히려 구조조정의 한파만 몰아치고 있으며 각종 안전사고로 사망한 유가족의 슬픔과 살아남은 이들의 고통만 되풀이되고 있다.

삼성중공업 참사에서 살아남거나 이를 목격한 노동자들이 지난 1년간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돌아보자. 작년 사고는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모듈의 인도시기를 맞추려고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한 것이 원인이었다. 노동절임에도 하청업체는 공정을 서둘렀고 쉬는 사람을 체크하며 노동절의 쉴 권리를 빼앗았다. 노동자 ㅂ씨는 그날 동생을 잃었고 자신도 왼쪽 팔을 다쳤다. 그는 삼성이 언론에 고개를 숙인 적은 있지만 유가족에게는 사과 한마디 없다고 했다. ㄱ씨는 이날 사고 부상과 트라우마로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업체 요청에 따라 사업자등록을 했다는 이유로 산업재해 기각을 당했다. 병원 이송보다는 부상을 입은 노동자들의 신분 확인에 시간을 허비한 것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현장이 만들어낸 만화경에 다름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일을 한다. 그것이 스스로 하는 일이든 임금을 받든 간에 노동은 숭고한 것이다. 노동절이 그런 가치가 제대로 기념되는 날이 빨리 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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