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 1년 (중) 재발방지책은 만들어졌나
신호수 운영방식 조정 등 직접 원인 대책 내놨으나…하청 비정규직 채용 여전
"원하청 불통이 위험 키워"

지난해 5월 1일 노동자 6명이 죽고, 25명이 다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참사.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이 구성한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은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삼성중공업을 '2018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뽑았다. 삼성중공업 참사가 터진 이후 지난 1년간 재발을 막고자 하는 노력은 얼마나 이뤄졌을까.

◇충돌사고 원인 해소됐나 =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 조사위원회는 지난 24일 서울에서 공청회를 열고, 사고·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위는 △충돌 방지 관리의 부재 △크레인 운전 방해요인 관리 미흡 △크레인의 불안전한 상태 △관리자 역할 미흡 등을 사고 원인으로 꼽았다. 사고 당시 크레인 충돌 방지를 대비한 센서, 크레인 통과절차, 조정 신호가 없었고, 지브형 크레인 색이 배경에 위치한 산과 구분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지적했다.

지브형 크레인을 골리앗 크레인과 충돌 위험이 있는 구역에 세웠고, 각 신호수가 상대 크레인을 관찰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 위험 방지가 필요한 작업에 대한 관리 감독자 직무 이해, 실행 부족 등도 사고 이유로 거론됐다.

지난해 5월 1일 거제시 장평동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사고로 노동자 31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사진은 다음날인 2일 오전 언론에 공개된 사고현장 모습. 사고 크레인이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다. /경남도민일보DB

조사위는 △인원 집약적 작업 및 설비 집약적 배치 △무분별한 간이시설 설치 등을 사고 확대 원인으로 지목했다. 좁은 작업장에서 여러 작업자가 동시에 작업을 수행하는 혼재 작업으로 사고가 커진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은 △골리앗 크레인과 지브형 크레인 충돌방지조치 시행 △총괄 신호수 운영, 골리앗 크레인 신호수 배치 위치 변경 △크레인 중첩지역 통과 절차 마련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지난해 8월 '안전실천 마스터플랜'을 통해 △안전관리 조직을 확대·강화하기 위한 조직 개편 △안전 최우선 경영을 위한 신 안전문화 조성 △크레인 충돌사고 예방 대책 △정기 안전점검, 국제기준 적용 등을 통한 잠재 위험 요소 발굴 및 제거 방안 등도 발표했다.

◇'다단계 하청'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 = 하지만, 노동계는 이 같은 직·간접 사고 원인 해소는 기본이고, 구조적인 원인을 해소해야 사고가 반복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내 왔다.

이김춘택 금속노조 경남지부 조선하청조직사업부장은 "우리는 사고 처음부터 '두 개의 크레인이 왜 충돌했는가'가 아니라 '크레인이 충돌했는데 왜 수많은 노동자가 죽고 다쳤는가'를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며 구조적인 사고 원인 해결을 강조했다.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는 △다단계 하도급 △무리한 공정 진행 △위험한 혼재작업 등 3가지 구조적 문제에 따른 것인데, 여전히 뚜렷한 대책은 없다.

그는 "사고가 난 후에도 해양플랜트 현장은 하나도 안 바뀌었다. 지금은 해양플랜트가 많이 인도됐고, 공정 초반기여서 덜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은 구조적 원인 해결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조사위도 △다수 비정규직 채용 △이윤창출을 위한 상호 묵인 △안전관리가 되지 않는 하도급 △사업주의 사고 인식 부족 △잘못된 업무 수행 지표 사용 등의 구조적 문제로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다단계 재하도급을 금지하고,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사위에 참여한 강태선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사고 조사 과정에서 도급과 관련해서는 (현장이) 여전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고 구조적 원인을 분석해보니 고용구조 속에서 열악한 하청업체 노동자를 위한 안전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원·하청 소통이 되지 않아 위험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위 위원 중 상당수는 재하도급을 법령에서 제한해야 한다고 보고 이에 대해 중요하게 문제 제기를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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