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공세에 되레 고립 심화
김태호 "무조건 폄하할 생각 없다" 입장 밝혀

문재인 대통령-김정은 국무위원장 두 남북 정상의 만남이 조성한 한반도 화해·평화 무드가 다음 달 지방선거 당락을 가를 최대 변수로 떠오를 조짐이다.

일단 거의 모든 지표 또는 분위기는 여권에 우호적이다. 문 대통령 최측근인 김경수(더불어민주당·김해 을) 의원 연루 의혹이 불거진 '민주당원 인터넷 여론조작 사건'(일명 드루킹 사건) 등 몇몇 악재에도 문 대통령 지지율은 내려올 줄 모르고, 반대로 경남·부산 등에서 여권과 치열한 승부를 벌일 자유한국당은 정상회담 결과를 '위장 평화쇼'로 혹평했다가 고립이 심화되는 형국이다.

한국갤럽이 매주 진행하는 정례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드루킹 사건이 이슈화된 4월 셋째 주(17~19일 조사)에 다소 지지율이 주춤하긴 했으나 정상회담 기간인 넷째 주(24~26일 조사)에는 경남·부산·울산(63%→67%)과 전국(70%→73%) 모두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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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4.27 남북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당 지지율도 마찬가지다. 한국당은 경·부·울(20%→15%)과 전국(12%→12%) 공히 하락세 또는 답보 상태를 보인 반면 민주당은 경·부·울(44%→49%) 등 전국(50%→52%)에서 오름세를 탔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남북관계 개선은 평소 '반북 대결주의'를 고수해온 한국당에 크나큰 딜레마를 안길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 대북·외교 성과를 적극적으로 인정하자니 존재감이 사라지고, 반대로 폄훼하자니 고립을 피할 수 없는 지형이었다. 지방선거가 코앞인 시점에서 한국당의 선택은 결국 후자였다. 수도권 등 타지역은 사실상 뒷전으로 미루고 보수·반북 정서가 강한 영남 민심에 다시 한번 '올인'을 선언한 것과 다름없었다.

문제는 후폭풍이다. 각 정당은 "한반도 평화의 가장 큰 걸림돌"(민주당) "전쟁 장사, 빨갱이 장사를 못하게 돼 멘붕(멘탈 붕괴)"(바른미래당) "동굴에 갇힌 역사의 훼방꾼"(민주평화당)이라고 연일 한국당과 홍준표 대표를 비판하고 있다.

지난 29일 김태호 한국당 경남지사 후보가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환영한다. 판문점 선언을 무조건 폄하할 생각이 없다"며 "정치권도 이 문제만큼은 정쟁에 이용할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상대적으로 유연한 입장을 밝힌 것은, 그만큼 여론의 호응이 간단치 않다는 방증이다.

한국당 소속 유정복 인천시장은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만의 세상에 갇혀 자기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특히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국민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무책임하고 몰상식한 발언이 당을 더 어렵게 만들어 가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홍 대표는 그러나 자신의 생각을 바꾸기는커녕 지방선거 승리에 대한 확신도 거둬들일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인다. 홍 대표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간다. 국민이 납득할 때까지 참고 참으며 바른길을 갈 것"이라며 "심판의 날이 올 것이다. 선거 한 번 해보자. 민심도 가짜인지 확인해보자"고 호언했다.

홍 대표는 기본적으로 남북문제는 선거의 결정적 변수가 아니라는 견해다. 그는 지난 3월 당 지도부 회의에서 "남북 변수는 2000년대부터 선거에 별 영향이 없다. 좌파들만 환호하는 그런 변수"라며 "전국 선거는 결국 먹고사는 문제다. 경제다.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소위 '소득주도 성장론'으로는 경제는 점점 어려워지고, 서민과 중산층은 점점 생활이 팍팍해질 뿐"이라고 주장했다.

역대 선거를 돌아보면 홍 대표 말이 근거 없지는 않다. 지난 2000년 김대중 정부는 16대 총선 투표일을 불과 사흘 앞둔 4월 10일, 6월 남북 정상회담 개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략' 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고 일부 언론·전문가는 당시 여권의 압승을 실제 전망했다.

하지만 최종 결과는 딴판이었다. 특히 영남에서 '역풍'이 불면서 당시 한나라당이 133석을 얻어 민주당(115석)을 제치고 완승을 거뒀다. 한나라당은 경남(16석)을 비롯해 부산(17석)·대구(11석)·경북(16석) 등 영남 전 지역을 말 그대로 '싹쓸이'했다.

물론 그때와 지금을 정태적으로 비교하는 건 곤란하다. 2000년은 김대중 정부가 임기 중반을 향해 가는 시점이었고 지금은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다. 또 당시 여권은 영남에 기반이 미약했던 반면 지금은 경남·부산 등에서 만만치 않은 세를 과시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의 명운을 실질적으로 가를, 5월 중 개최 예정인 김정은-트럼프 북미 정상회담의 향배 역시 6·13 지방선거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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