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 1주년을 맞아 노동계가 피해자 지원과 함께 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이하 마창산추련)은 30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피해 노동자 구술 기록 활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마창산추련은 노동인권 단체, 심리상담, 인권기록 활동가 10여 명과 함께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유가족, 재해 노동자, 트라우마를 겪는 노동자 등 10여 명과 인터뷰 등을 통해 기록으로 남길 계획이다. 9월까지 진행할 이 사업은 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사회연대기금 지원을 받는다.

이은주 마창산추련 활동가는 "지난해 노동절 사고는 다단계 하도급 착취구조가 불러온 집단 살인이었다. 살인자는 온전하고 동료를 잃은 노동자들은 아직 고통 속에 있다. 피해 노동자들은 사고가 난 마틴 링게 모듈 위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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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이하 마창산추련)이 30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피해 노동자 구술 기록 활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금속노조 경남지부, 삼성크레인사고 피해노동자지원단 변호인, 부산·울산·경남 권역 노동자 건강권 대책위원회, 피해 노동자, 구술 기록 참여자./우귀화 기자

이어 "피해 노동자 치료에 가장 우선으로 마련돼야 할 것은 안전지대다. 고통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바로 그것"이라며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 죽음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이윤 추구 결과임을 노동자 목소리로 생생하게 드러내고자 한다"며 구술 기록사업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회견에 참여한 피해 노동자 3명은 1년 동안 겪은 트라우마와 혼자 감내할 수밖에 없는 고통을 증언했다. 한 피해노동자는 "사고 당시 마틴 링게 모듈 맨 위 꼭대기에 있었다. 사람들이 울부짖으면서 비명 지른 것이 아직 생생하다. 사고 후 업체가 문 닫으니 나가라고 해서 퇴사됐다"며 "외상 후 스트레스라는 것을 처음에는 몰랐다. 그런데 아이가 내는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도, 운전하는 것도 힘들어졌다. 근로복지공단과 여러 차례 통화했지만, 계속 나 몰라라 했다. 그러다 1년이 됐다"고 말했다.

부산·울산·경남 권역 노동자 건강권 대책위원회는 회견에서 삼성중공업 참사와 관련한 재해노동자, 민사소송 현황 등을 설명했다. 사고 당시 사망자 6명, 부상자 25명 등 31명 중 25명만 산재 치료를 받았고, 고용노동부가 물량팀장이라는 이유로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아 산재 치료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도 있다.

트라우마로 산재 신청을 한 노동자 12명 중 재해노동자 추가 상병 5명, 목격 및 처치노동자 7명이다. 대책위는 재해 노동자 가운데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이가 추가로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노동자지원단에 참여한 변호인은 재해노동자 3명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날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중대재해 트라우마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30일부터 오는 4일까지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1주기 추모 주간으로 잡았다.

공대위는 노동자가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고자 △다단계 하청 법으로 금지 △중대재해 트라우마 대책 마련·시행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 △작업 중지 명령 기간 하청노동자 휴업수당 원청 지급 의무 법제화 등을 요구했다.

공대위는 30일·1일 서울 서초동 삼성 본관 앞에서 농성과 분향소 설치, 2일부터 4일까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정문에서 농성을 하며 분향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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