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분권이다] (16) 개헌 어떻게 되나
국민투표법 개정 실패로 지방선거 동시 개헌 무산
민주당 국회 총리 선출제 반대, 이제는 시기보다 내용
한국당 대통령 권력분산 필요 9월 국민투표 하자
바른미래당·정의당 야3당 개헌연대 구성
정부·여당에 "권력구조 협상나서라"

6·13지방선거 동시 개헌이 끝내 무산됐다. '드루킹사건 특검 요구'를 둘러싼 여야 공방으로 국회는 정상화되지 못했고, 이에 따라 개헌투표의 전제였던 국민투표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 사유에 불과하다.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5월 대통령선거 당시 후보 간 합의를 엎고, 동시 개헌을 "더불어민주당의 정략"이라며 강력하게 반대해왔다. 드루킹 정국은 그런 국면에 이용됐다.

여기서, 도대체 왜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인가? 하는 점을 짚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 결과적으로 무산된 이 사태의 책임을 분명히 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7일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등 주요 5당 후보들은 '2018년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 협약서'에 서명했다. 이유는 세 가지였다. 먼저 개헌 시기를 확정하지 않으면 정쟁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성격상 실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방선거 동시 투표를 해야 유권자 50% 이상이 투표해야만 개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정족수가 된다는 점, 또 하나는 1000억 원 이상 소요되는 국민투표 비용이었다.

동시 개헌 무산의 원인과 책임 규명은 이쯤 하자.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기획 주제인 지방분권의 근본적 진전을 위해서는 헌법상 '지방분권국가임'을 명시하는 것, 분권의 핵심인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 등 헌법 개정 없이는 실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위' 김재경 위원장과 각 정당 간사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앞부분에서 핵심 내용을 요약한 다음, 인터뷰 내용을 생생하게 소개한다.

회의적 VS 연내 가능

정당별 개헌전략과 전망은 대략 셋으로 나뉜다.

우선 집권 민주당은 핵심인 권력구조 부문에서 자유한국당이 계속 국무총리 국회 선출을 주장하는 한 개헌안 합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는 일반적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대통령 중임제, 혹은 연임제 선호 여론과 배치된다고 민주당은 주장한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이 국무총리 국회 선출안을 받아들이면 연내 개헌은 가능하다. 한국당은 6월까지 개헌안 합의, 9월까지 국민투표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는 입장이다. "관건은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라고 했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은 지난 25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국회 헌정특위 시한인 6월 말까지 여야가 개헌안에 합의하고, 자유한국당 제안대로 9월까지 국민투표를 하자"고 입장을 모았다. 핵심인 권력구조에 대해서는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추천하는 방안 등 절충안을 모색할 수 있지 않나? 지금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의지와 민주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정당별 입장에서 확인되듯, 핵심은 권력구조 개편, 즉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거나 추천하는 방안이 합의를 이룰지 여부다. 이 쟁점이 어떻게 합의되느냐에 따라 연내 개헌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정당별 간사 인터뷰>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전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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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이인영 의원은 25일 간사 직을 사임했다.

그는 "자유한국당이 드루킹 사건과 방송법을 핑계로 국민투표법 개정을 가로막았고, 지방선거 동시 개헌을 완전히 파탄냈다"면서 "6월 동시투표를 위해 일관되게 행동해왔기 때문에 여기서 멈추고자 한다. 오늘로 헌정특위 간사 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훗날 내가 다하지 못했던 소임인 개헌 문제를 누군가 다시 열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국민의 열망에 맞게 새로운 상황이 생겨서 더 좋은 개헌 기회가 다시 열릴 수 있을 거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훗날'이 언제인지, '새로운 상황'과 '더 좋은 개헌 기회'가 무엇인지 묻기 위해 26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돌아온 답은 "사임한 입장이라 더는 드릴 말씀이 없다. 우원식 원내대표나 박홍근 원내수석에게 물으라"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신동아> 인터뷰에 사임 전 특위 간사로서 민주당 입장을 밝힌 게 있다.

-자유한국당은 6월 개헌안 발의, 9월 국민투표를 주장한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개헌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단 승리 정당과 패배 정당이 갈린다. 패한 정당의 지도부가 교체될 공산이 크다. 이후 새로 들어온 지도부가 개헌 약속을 책임 있게 지킬 거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당은 총리 권한을 확대하는 분권형 책임총리제를 주장하고 있다.

"한국당의 개헌안을 보면 이름을 분권형 정부제라고 붙였을 뿐 사실상 의원내각제다. 국회에서 총리를 선출하도록 하고, 대통령에게 의회해산권을 부여한 부분 등이 그렇다. 한국당은 대통령이 외치, 총리가 내치를 담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는데, 실질을 보면 통일·외교·국방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나머지 행정권은 국회가 선출한 국무총리가 도맡는다. 장관 18명 중 15명을 총리가 임명하게 돼 있다. 대통령과 총리가 겸상을 하는 게 아니라 아예 총리가 독상을 차리는 거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분권이라는 미명하에 국민 다수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권력 구조를 만들려고 하는 거라고 봐야 한다."

자유한국당 황영철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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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철.

-한국당의 개헌 계획은 뭔가?

"6월까지 개헌안을 합의하고, 9월까지 국민투표하자는 것이다. 의원총회를 통해 결정한 당론이다."

-개헌 여부의 핵심은 뭐라고 보나?

"권력구조다. 한국당은 제왕적 대통령 권력 분산을 위해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자는 것이다."

-한국당의 절대적 가치인가?

"절대 가치다. 양보할 수 없는 보루다. 대통령 권력을 분점할 확실한 안이다. 그 대신 국회의원 선거제 측면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찬성하지 않았나? 선거구제는 도농복합형선거구제를 지향한다. 도시지역은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고, 현실적으로 어려운 농촌지역은 지금처럼 소선거구제로 가자는 것이다."

-이후 개헌정국 재개의 관건은?

"특검정국이 풀려야 국회가 정상화된다. 국회 정상화가 안 된 상태에서 개헌논의를 할 수 있겠나? 그리고 권력구조 개편안이 합의되면 개헌 가능성은 크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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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영.

바른미래당 간사인 김관영 의원과 인터뷰한 25일 오전 국회 3·4·5당인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원내대표와 헌정특위 간사들은 공동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6월 개헌이 어려워졌다 하더라도 지방선거 전에 개헌안을 합의하고 새로 일정을 잡아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을 정치권이 합의하면 된다. 거대 양당은 조속히 국회를 정상화하고, 당초 합의했던 '8인 개헌 협상' 회의를 즉각 가동해 주요 쟁점에 대한 타협을 이뤄낼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야3당 개헌연대는 거대 양당에 제시할 개헌 중재안을 이미 완성해 놓았다"고도 했다. 하지만,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중재안 핵심은?

"권력구조와 선거구제 협상을 결합하자는 거다. 구체적으로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하고,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거다."

-정부와 민주당이 중재안을 받아들일까?

"대통령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대통령이 권력구조 부분을 양보하지 않으면 가능성은 없다. 작년에 이를 허용하는 듯한 말씀도 하셨기 때문에 가능하리라 본다."

-국민여론이 총리 국회 추천·선출을 지지하는 편인가 어떤가? 여론조사 결과가 있나?

"그건 없다.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여론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바른미래당의 이후 개헌전략은 뭔가?

"6월까지 개헌안을 합의하고, 9월까지 국민투표를 하자는 거다. 자유한국당도 같은 당론을 갖고 있다. 대통령과 민주당의 입장이 관건이다."

-가능성을 몇 %로 보나?

"50%는 넘지 않겠나?"

정의당 심상정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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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중재안 내용은?

"다음 주에 발표할 거다. 핵심은 선거구제와 권력구조 협상이다."

-8인 개헌협상은 실제로 합의된 건가?

"합의된 거다. 6월까지는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와 저, 그 이후는 평화당 원내대표와 저, 이렇게 나갈 거다."

-앞으로 개헌 전망은?

"정의당의 목표는 6월 이전에 개헌 시기와 내용에 여야가 합의하는 것이다."

-관건은 ?

"지금 핵심은 대통령의 의지다. 여당 입장이다. 6월 개헌 무산됐다고 해서 책임을 따지고 국회 탓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개헌은 완전히 물 건너간다."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 의지를 내야 하나?

"여야 협상이 재개되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 개헌과 정치개혁 핵심인 권력구조와 선거구제 문제에 대한 여야 협상에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다."

-6월 동시 개헌을 무산시킨 책임은 자유한국당에 있지 않나?

"자유한국당은 협상에 응할 걸로 본다. 실제 자유한국당은 개헌안을 준비할 여유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당이 개헌안을 마련한 이상, 그들이 주장한 6월 이전 개헌안, 시기 합의에 응할 것으로 본다." /글 이일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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