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력 뒷받침 부족 현실
지역 내 공공재 역할 강조
네트워크·독립성 강화 의지

이들이 탄생시킬 전시가 궁금하다.

경남과 경북, 부산, 대구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학예사)들이 지난 26·27일 김해 아이스퀘어호텔에서 열린 '영남권 큐레이터 워크숍'에 모였다.

전문인력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큐레이터의 현실을 짚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머리를 맞댄 자리였다. 이러한 문제를 정책적으로 다루는 기관이 없는 현실을 고려하면 전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권역별 큐레이터 워크숍이라 더 의미가 있다.

이날 경남도립미술관, 김해문화의전당 등 미술관에서 일하는 큐레이터뿐만 아니라 대안공간 큐레이터, 독립큐레이터 등 50여 명이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26·27일 김해에서 '영남권 큐레이터 워크숍'이 열렸다. 이날 경남과 경북, 부산, 대구에서 활동하는 학예사들이 모여 머리를 맞댔다. 윤범모 창원조각비엔날레 총감독이 기조 발제를 하고 있다. /이미지 기자

여기에다 윤범모(창원조각비엔날레 총감독·동국대 석좌교수), 홍경한(강원국제비엔날레 총감독), 강수정(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등 내로라하는 큐레이터들이 함께해 힘을 보탰다.

오는 9월 창원조각비엔날레를 선보일 윤범모 큐레이터는 '나는 진정 대한민국의 큐레이터가 맞는가'라는 제목으로 기조 발제를 했다. 그는 국내에서 '미술관 큐레이터 제1호'라고 이름 나 있다. 윤 감독은 "전문 지식과 현장 경험을 강조하며 이론과 실제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큐레이터만의 작품세계를 갖춰야 하며 전시는 결국 큐레이터가 일구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윤 감독은 오는 9월 창원조각비엔날레 때 큐레이터협회가 주관하는 섹션을 따로 선보이고 '만지지 마세요'라는 이름으로 미술관의 시체가 된 작품이 아니라 누구든 만지고 참여할 수 있는 조각놀이터를 열 것이라고 했다.

강수정 큐레이터는 공립미술관이 큐레이터의 상상력, 즉 참여자와 창작자를 고려한 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공공재로서 큐레이터 역할을 강조했다.

2016 창원조각비엔날레 개막식이 창원 용지호수공원서 열렸다. /경남도민일보 DB

또 홍경한 강원국제비엔날레 총감독은 큐레이터들이 연속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2년마다 열리는 비엔날레가 불과 몇 개월 만에 만들어지는 현실이다"고 꼬집으며 "지난 3월 막을 내린 강원국제비엔날레의 2년 후는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990년대 중반 이후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비엔날레가 지역 기득권 세력 이권의 장이 되는 것을 경계하며 비엔날레 사무국 운영의 연속성을 주문했다.

지역 미술관에서 일하는 큐레이터들 역시 매우 열악한 큐레이터 역할과 지위를 토로했다.

김재환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사는 광역단위 미술관 가운데 규모가 가장 작으며 인력, 부서 배치 등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의 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 또 미술관 울타리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2014년부터 선보인 '지리산프로젝트'처럼 외부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4년 김해 윤슬미술관서 열린 동아시아교류전. /경남도민일보 DB

이진철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사도 재원 조달 문제, 마니아층을 확보하지 못한 미술관의 취약점을 말하며 그럼에도 부산의 미술사를 정립하고 지역 미술을 부각해야 할 역할을 알렸다.

이외에도 박천남 한국큐레이터협회장과 김준기 제주도립미술관장, 김지연 독립큐레이터 등이 큐레이터의 독립성에 대해 입을 모았다.

또 서상호(부산 대안공간 오픈스페이스 배) 대표와 김현민(경북 영천 시안미술관) 학예사 등은 공립미술관 큐레이터와 또 다른 영역에서 선보인 다양한 시각예술 사례를 소개했다.

2016 부산비엔날레에 참가한 전시 중 일부. /경남도민일보 DB

모두 현장에서 부닥친 문제를 공유하며 하나의 전시를 탄생시킬 큐레이터 자신만의 언어를 창조하자고 다짐했다.

이에 이번 워크숍이 전국적인 네트워크로 확대되고 새로운 공론장을 창출하도록 애쓸 이들의 전시가 주목된다.

한편 이번 워크숍은 경남도립미술관·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사)한국큐레이터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워크숍 관련 문의 055-320-1261.

2014 창원조각비엔날레 작품이 마산중앙부두에 설치됐다. /경남도민일보 DB
2018 강원국제비엔날레에 참가한 전시 중 일부.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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