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시기에 경남도는 국기 게양대에 태극기와 도기 외에 새마을기를 내걸었다. 다수 도민이 회담을 경축하고 민족의 평화와 협력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새마을기 대신 한반도기를 게양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느냐며 제기한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새마을기 게양이 의무규정이 아니지만 종전부터 습관적으로 해왔던 일이라 바꾸지 않았다는 해명이다. 이에 반해 도청과 이웃한 도교육청은 새마을기 대신 한반도기를 걸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남북이 함께 들고 입장한 한반도기는 통일을 상징하는 깃발로서 교육적 의미가 상당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관행이라고는 하나 한쪽은 인식의 한계에 갇힌 듯하고 한쪽은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수용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회담이 열린 날 경남을 비롯한 전국의 각급 학교가 수업을 잠시 중단하고 두 정상이 손을 맞잡고 포옹하는 TV중계를 시청하며 감격하는 시간을 가졌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다. 학교가 자발적으로 영상을 틀어 두 지도자가 어떻게 만나는지, 무슨 말을 나누는지, 모두가 바라는 비핵화는 실현될 것인지를 학생들이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수업보다 더 중요한 현장체험교육임을 자각한 결과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동요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친숙한 노랫말이다. 분단 조국이 통일되어 하나가 되는 일이야말로 지금을 살아가는 한민족의 절대적 염원이다. 도교육청이 한반도기를 하늘 높이 펄럭이게 함으로써 학생들에게 꿈과 긍지를 심어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나은 교육적 효과를 올릴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을 만하다.

도와 도교육청을 비교대상으로 삼아 누가 잘했고 못했느냐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만찬 식탁에 모형화한 식단을 올릴 정도로 한반도기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때 없이 컸는데도 경남도는 관습에 안주하는 쉬운 길을 택했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회담 결과가 고무적인 점을 상기하면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민의의 소재와 변화상을 읽어내려고 노력했는지 의심스럽다. 관행은 깨라고 있는 것인데 낡은 가치관에 너무 매달렸다. 의사소통의 기회를 넓혀 앞으로를 대비할 수만 있다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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