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7일 열린 '2018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지 사흘이 지났지만 아직도 벅찬 감동이 사라지지 않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일행을 맞이하고 보낸 환영 만찬과 환송식에서 경남 출신 문학가 이원수의 '고향의 봄'이 울려 퍼졌다. 8000만 겨레가 염원한 민족의 봄이 돌아오고 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과거 두 차례 이루어진 정상회담을 포함하여 그동안 남북 관계에서 나온 선언과 협약 등 모든 합의를 통틀어 뚜렷한 성취를 거두었다. 남북의 화해와 협력 강화 약속은 앞선 정상회담의 결실을 잇고 있지만, 핵 없는 한반도와 평화체제 구축 선언은 놀라움과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선언의 기반이 된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은, 이미 46년 전 7·4남북공동성명에서 천명된 것이다. 그러나 50년 가까이 실행되지 않은 원칙을 실천에 옮기려면 남과 북 두 정상의 대담한 상상력과 결단력이 없으면 불가능했다.

지금 당장 '판문점 선언'의 성과를 판가름 짓기는 성급할 수도 있다. 이번 선언은 앞선 정상회담들과 달리 5월 중 이루어질 북미 정상회담과 가을께 이루어질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등 후속 일정과 긴밀한 연동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문제는 사상 최초로 열릴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이 결과는 다시 문 대통령의 방북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거니와, 회담 결과에 따라 남북 정상회담을 뛰어넘는 세계사적인 지각 변동이 나올 수도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이면서도 북한과 한반도 주변 강대국에 맡겨진 핵 문제와 정전체제 종식의 논의 구조에서 소외되었던 남한이 남북 관계를 넘어 동북아 질서를 재편하는 주역으로 성장했음을 세계에 확인시킨 자리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방명록에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역사의 출발점에서"라고 썼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듯,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민족의 염원을 확인한 만큼 남북은 작은 차이를 넘어 큰 틀에서 함께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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