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재화 얻으려 매크로 프로그램 이용
정상적인 운영 위해 발본색원 차단해야

'오토(auto)', 게임에서 '자동사냥'을 일컫는 명칭이다. 게임에서 재화를 수집하려면 열심히 키보드를 치고, 마우스를 움직여야 한다. 그게 게임의 재미지만, 어느 정도 반복되면 지겨워진다. 그래도 게임에서 성장하려면 견뎌야만 하는 일이다. 그 수고를 하고 얻은 보상, 그 짜릿함이 게임을 하는 재미다. 정신분석학자 라캉의 이론에 따르면, '늪을 기어가는 기쁨' 주이상스(Jouissance)가 게임의 재미다. 그런데, 게임을 즐기려는 게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하면 기쁨은 사라진다. 몬스터를 때려잡고, 자원을 채집하는 일은 노동, 게임 유저들의 말로 '노가다'가 된다. 게다가 사람의 손으로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효율성도 형편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꾼'들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프로그램만 켜두면 자동으로 사냥을 하고 자원을 채집한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게임 속 재화를 일반 유저에게 판매해 돈을 번다. 자동사냥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수십 수백 대의 컴퓨터를 돌려 돈을 번다. 일명 '작업방'을 운영하는 거다.

자동사냥, '오토'는 불법이다. 게임물에 관한 법률에 명확하게 불법으로 명시되어 있다. 양심적인 게임 유저라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되고, 정상적인 게임회사라면 '오토'를 활용한 유저를 발본색원해 차단해야 한다. 자동사냥을 방치하게 되면, 선량한 게임 유저가 정당하게 얻어야 할 보상을 못 얻게 한다. 게임 내 질서를 교란해 심각한 피해를 준다. 그런데, 국내의 많은 게임회사들이 '오토' 유저를 방치하고 있다. 일부는 방치 정도가 아니라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아니, 왜? 그게 게임회사에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아니, 어떻게? 게임 출시 초반에 반짝 인기를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의 인기를 길게 유지하려면 '오토'를 막아야 한다. 그런데, 많은 게임회사들이 장기적인 인기를 그다지 추구하지 않는다. '동시접속 ○○만 명', '접속량 폭주'와 같은 입소문이 나면, 홍보효과가 있다. 그리고, 게임회사의 주가가 오른다. 투자자들은 오른 주가로 투자금을 회수한다. 이후 게임의 인기가 하락하더라도 남는 장사다. 이를 위해서는 '오토' 유저들이 오히려 고마운 존재가 된다. 악어와 악어새의 공존관계가 되는 거다. 그것으로 발생되는 피해는 오롯이 선량한 게임 유저가 입는다.

게임의 '자동사냥'과 같은 일이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에서도 벌어졌다. 일명 '드루킹 사건'이다. 뉴스 페이지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댓글을 달았다. 여당이 고발한 사건인데, 되레 여당의 유력 정치인과 관계된 희한한 사건이다. '드루킹 사건'을 두고 여당과 야당의 정치공방이 뜨겁다. 여당이 지난 정부처럼 댓글공작을 펼친 걸까? 아니면, 개인의 일탈행위를 야당이 침소봉대하는 걸까? 그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네이버가 '드루킹'을 방조한 건 아닐까? 게임회사들이 '자동사냥'을 방조해서 이득을 얻는 것처럼, 네이버가 '자동댓글'을 방조해서 이득을 얻고 있다. '자동사냥'이 게임 내 질서를 교란하고, 선량한 유저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처럼, '자동댓글'은 여론을 교란하고, 선량한 민주시민에게 피해를 줬다. 이를 바로잡으려면 네이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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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사냥'을 방치하는 게임은 결국 망한다. '자동댓글'을 방치하는 포털은 어떻게 될까? 당장 '댓글 장사'가 잘될 수 있지만, 지속할 수는 없다. 정치권의 '드루킹', 음악계의 '닐로', 게임의 '오토', 건전한 소비문화와 민주사회에 해를 끼친다. '똥개가 똥을 끊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포털과 제작회사에만 맡길 수 없다. 당국의 철저한 감시와 규제가 필요하다. 그리고 비정상적인 마케팅에 현혹되지 않는 소비자, 댓글 따위로 여론을 속단하지 않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늪을 기어가는' 일처럼, 힘들고 지겨워도, 그 끝에 얻는 것이 진정한 기쁨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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