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후속 조치들 빠르게 추진…경제협력은 다소 시간 걸릴 듯
핵 폐기·미사일 문제 등에선 지루한 공방 이어질 수도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이 예상보다 큰 합의를 이루고 다양한 내용이 포함된 만큼 앞으로 여러 후속조치들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빠른 시간 내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만, 일부 사항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을 전망된다.

◇문화교류, 이산가족상봉 등은 즉시 추진될 것 = 많은 합의 가운데 법적 문제나 외교적 논란이 없는 사안들은 신속히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것이 이산가족 상봉과 문화교류다. 이산가족들의 모두 고령인 점을 감안해 조만간 개최될 적십자 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 날짜와 상봉 범위, 고향방문 등에 대해 빠르게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생사확인, 서신교환, 상시 상봉체제 구축 등 다양한 형식의 추가적인 조치도 올 가을로 예정된 2차 정상회담 이전에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교류도 6.15선언 기념일이나 8.15광복절을 기념해 추진되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올해 치러지는 아시안게임 때 남북 공동입장이나 단일팀 등 체육협력에 대해서도 곧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에서 배포한 설명자료에 따르면 2016년 중단된 겨레말큰사전 사업, 개성만월대 발굴조사 사업도 곧 재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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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에서 마술공연을 관람 하고 있다./사진 판문점 공동취재단

◇군사긴장완화 조치 ‘다소 시간이 걸릴 듯’ = 정전협정(한국전쟁 휴전협정)에 따르면 휴전선 남북 2킬로미터씩 비무장 지대를 설정하고 이곳에는 군대를 주둔시키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지역은 지구상에서 가장 막강한 재래식 화력이 집중된 곳이다. 남북정상은 군 통수권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남북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를 말 그대로 ‘비무장화’를 통해 군사적 긴장 완화를 지시할 것이다. 그러나 남북 모두 군내 강경파가 있으며 특히 북한은 이들의 반발을 무마시켜야 한다. 또한 한쪽만 군을 철수시키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대규모 군을 철수시켜야 하기 때문에 사전 조치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해 NLL의 경우에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평화적으로 만들 지에 대한 내용은 명시돼 있지 않다. 다만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에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북한에 제안한 적 있다. 여기에는 구체적으로 공동어로구역과 해상평화공원, 한강하구공동이용수칙에 대한 내용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일차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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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 앞에서 판문점 선언을 발표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성공단 등 경제협력은 2차 정상회담 이후 논의 = 이번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선언과 관련자료에서 일절 개성공단에 대한 언급은 없다. 또한 남북한 수행단 가운데 경제협력을 다루는 이들도 거의 없었다. 북한과의 전면적인 경제협력은 유엔 대북제재와 한미FTA 등 다른 나라의 동의 없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당장 추진되더라도 대북 관광이나 일부 제한된 단계에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이 또한 가을로 예정된 2차 남북정상 때나 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 사업 같은 경우는 특별한 법적인 문제가 없기 때문에 곧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시설을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 민간단체 간 교류를 전면적으로 제한한 5·24조치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언급이 없다. 5·24조치도 대통령 권한으로 충분히 해제 가능하지만 바로 해제하기 보다는 남북간 민간교류를 통일부에서 점차 허용해가면서 여론이 무르익었을 때 해제할 것으로 전망된다.

◇종전선언은 어렵지 않지만, 비핵화·미사일 문제는 난관 = 청와대 브리핑 발표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당시 “앞으로 자주 만나 미국과 신뢰가 쌓이고 종전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며 “북부 핵실험장 폐쇄를 5월 중에 실행하고 이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 한국과 미국 전문가와 언론인을 조만간 북으로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볼 때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예상보다 강하다고 추정된다. 또한 “일부에서 못 쓰게 된 것을 폐쇄한다고 하는데, 와서 보면 알겠지만 기존 실험 시설보다 더 큰 두 개의 갱도가 더 있고 이는 아주 건재하다”며 스스로 핵 시설에 대해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핵화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북한이 가진 핵 시설과 핵 물질, 핵 무기 등을 미국이 확인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를 해체하거나 폐기하는 과정에서도 2중 3중 점검과정이 필요하고, 폐기한 이후에도 재확인 작업이 필요하다. 거기에가 1998~1999년 미국과 북한 사이 논쟁이 일었던 금창리 지하 시설도 단순 복합 터널이지만 북미 간 오해를 푸는데 근 1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따라서 북한이 원하는 북미 불가침조약 및 수교는 비핵화 단계에 따라 상당한 기간 후에 체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전쟁 종전선언은 그리 어렵지 않을 예정이다. 종전선언 자체가 법적인 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선언적 의미가 강하기 때문이다. 판문점 선언문에서도 종전선언에 대한 조건을 뚜렷하게 걸지 않았다. 남·북·미 3자 혹은 남·북·미·중 4자 등 어느 정도 분위기만 무르익으면 종전선언은 연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판문점 선언에는 언급되지 않은 문제가 또 있다. 바로 북한이 개발한 장거리 탄도 미사일이다. 이 미사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도 북미 간 힘겨루기 사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 1998년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을 때, 북한은 미사일이 수출품이므로 규제를 하려면 경제적 보상을 해야 한다고 맞섰다. 또한 일부 장거리 미사일은 ‘미사일이 아니라 과학위성을 올리기 위한 로켓’이라고 반박했다. 미사일 문제는 미국 뿐 아니라 특히 일본이 민감해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비핵화와 마찬가지로 이에 대해서 상당한 시간 동안 지루한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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