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소라 지음
현업 작가, 독립책방 폐업기
기대와 실망 속 애증 담아내

낭만적이겠다고 상상했다. 상상의 너머에 초조와 실패는 없었다. 책을 좋아해 나만의 책방을 열고 책을 사랑하는 누군가와 책에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는 내 모습은 꽤 멋졌다. 하지만 임소라 <한숨의 기술>을 한숨에 읽은 후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리는 내 얼굴이, 책방 문을 닫는 쓸쓸한 내 손이 그려졌다.

'돋보이는 기획력과 단단한 문장의 작가 임소라의 독립책방 폐업기'라는 부제가 붙은 책은 저자가 책방 하우위아(HOW WE ARE)를 열고 닫았던 날들의 기록이다.

출판사 편집자였던 저자는 독립출판물을 만들고 내친김에 판매사이트를 열었다. 이는 사직의 계기가 됐다. 출판사는 겸업을 금지했다. 사직서를 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단다. 괜찮아, 깜짝 놀랄 만큼 잘될 거니까, 라고.

서울 직장을 관두고 고향 수원에서 차린 하우위아는 '방식책방'이다. 그녀는 독립출판물을 만들면서 알게 된 다른 책들이, 그 책의 제작자들이 재미있고 멋져서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어 판매 사이트를 시작했다.

그런데 책방의 주제를 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먹고 자고 읽고 쓰고 보고 듣는, 삶을 이루는 갖가지 방식을 소개해보자고 방식책방으로 정했다. 하지만 책방을 정리하던 순간까지 주제에 대한 고민과 고른 책들을 어떻게 소개하면 더 좋았을까, 하는 의문은 계속됐다.

저자는 자신이 책방을 운영하는 동안 독립출판물 제작자들을 인터뷰했던 방식을 따와 Hesitate(망설이다), Object(주제), Who(누구), Wall(벽), Equipment(장비), Above All(특히), Reason(이유), Epilogue(맺음말) 등 총 8개로 분류해 글을 썼다. 인터뷰는 책방을 운영하며 무엇보다도 공들인 부분이다. 제작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 책에는 차마 전하지 못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고자 했다.

<한숨의 기술> 임소라 지음.

그래서 책 95쪽 왼쪽 페이지는 그녀의 나날이, 오른쪽 페이지에는 독립출판물 제작자들의 인터뷰 내용이 아주 짧게 담겨있다.

'주저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하고 싶었으니까요!' <완주, 사람들>(완두콩 지음)

'작업 매 순간이 힘들었습니다.' <꽃처럼 고울세라>(이인영 지음)

'역시나 돈', '시도해보고 싶은 걸 시도했다고 본다.' <지난 주말>(변영근 지음)

이처럼 오른쪽 페이지만 읽어도 <한숨의 기술>이 보인다.

책방은 두 달 만에 문을 닫았다. 책방의 시간은 기다림이 초침으로 흘렀다. 누군가를 기다리겠다는 다짐을 하지만 어제도 그제도 추측과 기다림은 무너졌다. 저자는 초 단위로 반복되는 기대와 실망 사이로 흐르는 시간이 무서웠다고 했다.

무엇보다 그녀는 책방을 운영하며 자신을 제대로 알게 됐다. 쉽게 지치는 사람이었고 사람을 힘들어했다. 오인할만한 강렬함을 남기고 다시는 찾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쏠린 신경은 상처가 됐다.

'아무도 안 왔으면 좋겠다는 그 생각이 책방을 닫기로 한 결정의 가장 큰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아직 오지도 않은 타인의 반응에 미리 좌절하고, 긍정적인 반응보다는 부정적인 반응에 더 큰 비중을 두며 대부분의 시간을 갉아먹었다. 지속할 수 있을지 가늠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대로 지속될까 봐 무서웠다. 시간은 계속 흐르는데 나는 내가 좋아서 골랐다고 착각하는 책들과 함께 정체되어 계속 이곳에 고여있을 것 같았다.'(56쪽 일부)

'책방을 정리하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좀 더 알게 된 반면, 책방은 물음표가 되었다. 내가 했던 책방은 뭐였을까, 뭘 하고자 했던 걸까, 하긴 했던 걸까, 책방을 해봤다고 해서 책방에 대해 더 알게 된 건 없다. 알게 된 건 나다.'(90쪽 일부)

책방 하우위아를 닫은 저자는 현재 '하우위아'라는 출판사에서 글을 쓰고 책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것 역시 자신 안의 또 다른 선과 그 영역에 대해 알려줄 거라고 그녀는 말한다.

97쪽, 디자인이음 펴냄, 6000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