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5일까지 유작 30점 전시

현재호(1935~2004):어시장을 그린 화가. 부산 대신동 출생. 마산에서 작고.

한국 근현대미술을 이끈 1세대 화가를 조명하는 전시는 드물다. 유작을 대거 기증받은 미술관이 아니고선 작가의 작품세계를 망라할 수 있는 작품을 구하기 쉽지 않아서다. 더욱이 서울이 아니라 지역에서 활동한 화가라면 더 그렇다.

부산에서 뼈가 굵어지고 마산에서 꽃을 피운 현재호의 회고전이 부산 미광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김기봉 미광화랑 대표가 우연히 현재호의 유작 10점을 보게 되면서 전시가 시작됐다. 김 대표는 "화백이 어려웠던 시절 그를 후원했던 지인으로부터 작품을 받았다. '영도다리' 등 작품이 마음을 흔들었다. 그래서 부산, 마산을 수소문해 현 화백의 그림을 찾아 모았다"고 했다.

이번 전시는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유작전이라 도내에서도 관심이 높다. 김창수 창원 마산아트센터 대표, 최태호 화백 등이 다녀가며 그가 남긴 삶을 바라보는 눈에 감탄했다.

미광화랑에 내걸린 유작 30점은 1963년 작품부터 2003년 작품까지다.

초기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는 '영도다리', '자갈치시장' 등은 그가 1981년 마산에 정착하기 전에 그린 부산 풍경이 많다.

현재호 작 '무제' /미광화랑

1980년대 후반부터는 인물을 많이 그렸다. 가족이 중심이다. 이름을 굳이 달지 않은 여러 작품 속 이들은 큰 손과 긴 팔로 서로 보듬고 있다. 가족애다. 그 속에 꽃이 피어나고 나비가 날아다닌다.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선이 참 굵다. 손과 발, 젖가슴도 크다. 어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의 굵은 손에서 영감을 받은 것처럼 서민의 모습을 힘있게 그려냈다. 어눌한 얼굴은 왜곡함으로써 삶의 진정성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 보육원에서 자라며 빈센트 반 고흐의 판화집을 보고 감동, 홀로 그림을 그렸던 현재호는 가난했던 인생의 삶과 애환을 희망 있게 승화시키며 조형의 미를 완성했다.

김 대표는 "작품이 뛰어난 성실한 작가지만 지역에서 현재호를 기리는 것이 하나도 없다"며 "이번 전시로 누구보다 인간적이었던 그가 부산, 경남 지역민에게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 독자적인 화풍을 형성해 낸 현 화백은 부산, 경남의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5월 5일까지. 일요일은 예약 관람. 문의 051-758-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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