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도 꼼꼼하게 '새 차처럼'
대당 1시간 30분 '쓱싹쓱싹'
구석구석 닦아 고객 만족도↑
온종일 걸레질 '녹초'
"말끔해진 차량 보며 피로 잊어"

"시간이 걸리더라도 꼼꼼하게 세차하려고 노력합니다."

밀양시 부북면에 있는 '거북세차' 김도균(32) 대표의 세차 스타일은 세차장 이름에 딱 들어맞는다. 김 대표는 많은 차량을 소화하려 하지 않는다. 한 대를 세차하더라도 자동차를 맡긴 고객이 만족할 수 있도록 구석구석 꼼꼼히 챙긴다.

자동차 한 대당 평균 세차 시간이 1시간 30분가량 걸린다. 하루에 혼자 처리할 수 있는 차량이 7대에 불과하다. 지금은 지인이 도와주고 있어 10대까지 소화한다. 단골손님들도 김 대표의 세차 스타일에 익숙해졌다. 단골들은 거북세차에 차를 맡겨두고 여유 있게 할 일을 하고 온다.

김 대표는 청소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특히 자동차 세차에 관심이 컸다. 군대에서 운전병으로 근무하면서 군용차 세차는 그의 몫이었다. "더러웠던 차가 새 차처럼 깨끗해진 모습을 보면 기분이 상쾌했어요."

김 대표는 세차장을 하기 전까지 여러 직장을 전전했다. 학교 행정실, 부직포 제조업체, 변압기 차단기 제조업체 등 사무직과 현장직 가리지 않고 일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다. 월급을 받고 일하는 게 싫었다. 내 사업을 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자주 다니던 세차장에서 세차를 배우기 시작했다. "세차를 잘하시더라고요. 직장 생활 중이었는데 주말마다 그곳에서 세차하는 법을 배웠어요. 세차에 관심이 있었고,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일이었습니다."

그는 2016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세차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1년여 일을 하면서 세차장 개업을 준비해 지난해 6월 '거북세차' 문을 열었다.

김도균 거북세차 대표. 그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객들이 만족하도록 꼼꼼히 세차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강해중 기자

"부모님이 개업하는 데 큰 도움을 주셨어요. 처음에는 반대하셨죠. 아버지가 고지식하셔서 세차장 일에 편견을 가지고 계셨거든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부모님도 제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해보라며 허락해주셨습니다."

세차는 무시 못할 중노동이다. 온종일 걸레질을 하면 녹초가 된다. 그러나 세차를 마치고 깔끔해진 자동차를 보면 뿌듯하다는 김 대표다. "자동차가 비싼 물건이잖아요. 고객들이 예민한 편입니다. 오래 걸리더라도 손님들이 최대한 만족할 수 있도록 하자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의 부지런함에 만족한 고객들이 하나 둘 단골로 바뀌었다.

거북세차는 고객을 배려한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고객 휴게실에는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컴퓨터와 와이파이를 설치했다. 커피, 녹차 등 음료도 넉넉하다. 여성 고객을 위해 매니큐어도 비치했다. 세차장 외부에도 파라솔을 설치한 테이블을 마련해뒀다.

"아버지께서 세차를 자주 하시는데 가는 곳마다 편히 쉴 공간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래서 휴게실만큼은 제대로 갖추자고 생각했습니다."

김 대표는 많은 돈을 벌려고 시작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 좋아하는 일이어서, 적성에 맞는 일이어서 하고 있다. "처음 세차장 문을 열었을 때는 밀양에 있는 차를 모두 그러모으겠다고 다짐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요. 거북세차에 가면 깔끔하게 해주더라. 손님들에게 그런 이야기 듣는 게 가장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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