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소속 직함 명시 '정상적인 사회주의 국가' 과시
9명 중 7명이 외교·안보 라인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수행할 공식 수행원 9명의 명단이 공개됐다. 이들 면면을 살펴보면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짐작이 가능하다. 과연 북한 김정은 위원장 속내는 어떤 것일까?

북한이 통보한 수행원 9명의 이름과 직책은 다음과 같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철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최휘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리수용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리명수 총참모장 △박영식 인민무력상 △리용호 외무상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다.

북한 고위층은 대개 여러 직책을 겸하고 있다. 따라서 그 가운데 어느 직책을 명시하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수행원 9명 가운데 당 직책이 4명이다. 2016년 5월 9일 김정은이 조선노동당 위원장에 오르면서 북한 국가체제를 당 중심으로 개편했다. 기본적으로 사회주의 국가는 당이 공산혁명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만든 ‘임시국가’에 가깝다. 따라서 당 강령이 헌법보다 위에 있으며, 중국 인민해방군·북한 조선인민군 등 군대도 당 소속 군사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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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발표된 남북정상회담 남·북측 공식수행원
윗줄 왼쪽부터 남측 공식수행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경두 합동참모의장
아랫줄 왼쪽부터 북측 공식수행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철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최 휘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리수용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리명수 총참모장, 박영식 인민무력상, 리용호 외무상,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연합뉴스

하지만 북한은 미국과 군사적 대결 과정에서 당보다는 군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김정일도 국방위원장에 올랐고, 김정은도 초기엔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불렸다. 이번에 김정은이 여러 직함 가운데 당 직함을 앞세운 것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당이 중심이 된 ‘정상적인’ 사회주의 국가임을 대외적으로 알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맨 먼저 언급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우리나라로 치면 국회의장 격이다. 외교라인 출신이며, 대외적으로 한때 김정일, 김정은보다 직급이 높은 국가수반이기도 했다. 수행단 9명 가운데 가장 나이도 많을뿐더러 직급도 높고, 평창동계올림픽 때도 방남해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났다. 하지만 그는 직접 문 대통령과 얘기하기보다는 중간에 서서 김여정과 문 대통령이 대화하도록 이끄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도 나이가 젊은 김정은 옆에서 보완해주는 원로 이미지를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김영철은 군 출신으로 김정은이 위원장인 국무위원회 위원이고 통일전선부장을 맡았다. 평창동계올림픽 때도 방남했다.

최휘는 수행원 가운데 유일하게 비 군사·외교 라인이다. 김정은이 위원장인 북한 국무위원회 직속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문화나 체육 쪽을 주로 맡았다. 그는 유엔 대북 제재 대상이기도 하다. 그는 남북 문화·체육교류에 대해 남측 수행단과 의견을 주고받을 것으로 보인다.

리수용은 당중앙위원회에서 국제담당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때 장성택 측근으로 분류돼 처형됐다는 소문도 돌기도 했다. 정통 외교 라인으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외무상을 지냈다.

김여정은 김정은의 동생으로 함께 유학생활도 했다. 그만큼 김 위원장 총애가 특별하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방남 당시 김정은 특사 자격으로 방문했고, 문 대통령과 대면했다.

리명수 총참모장은 군 출신으로 현재 북한 조선인민군 서열 2위에 해당된다. 박영식 인민무력상은 우리로 치면 국방부장관 격으로 북한 조선인민군 서열 3위에 해당된다. 하지만 북한 군 서열 1위인 김정각 총정치국장은 이번 수행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은 서해 NLL과 비무장지대 등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를 남측 관계자들과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리용호 외무상은 외교라인 중에서도 미국과 영국 등 서방 전문가다. 영어를 전공했으며 영국대사와 아일랜드 대사를 지냈다. 오랫동안 대미외교를 담당했던 김계관의 후임자다. 남북대화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그가 수행단에 포함됐다는 것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에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과거 북한 외곽기관으로 대남 소통 라인으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 김정은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무위원회 직속 국가기관으로 편입했다. 김정은이 직접적으로 대남 소통을 관리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이번 정상회담 수행원을 살펴보면 북한은 이번 정상회담을 외교·안보 회담으로 규정짓는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박봉주 내각 총리와 같은 경제통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편, 김정은의 오른팔로 불리며 김정은 방중 당시 수행했던 최룡해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조직지도부장이 수행단에 빠진 것이 눈에 띈다. 또한 북한 측은 공식수행원 9명 외에도 27명의 수행원이 김정은 위원장을 수행한다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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