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내 건강하고 안녕하길 바라는 마음을 빌어 집 구석구석에 그림을 걸었다. 잘 그리고 못 그리고는 중요치 않다. 복을 주고 액운을 막아주는 도상(이미지)을 알아볼 수 있으면 그만이다. 선조의 '민화'는 조선시대 삶의 미술이다.

'오색빛깔 조선민화'전이 창원역사민속관 기획전시실에서 한창이다. 창원문화재단이 민화전문박물관인 조선민화박물관의 분관(한국민화뮤지엄)에서 작품 30여 점을 선별해 공개했다. 조선시대 민화 가운데 소박하지만 독특한 미의식과 함께 해학과 풍자가 깃든 작품들이다.

전시는 △생활 △교훈 △학문으로 이어진다.

새해 정초에 대문에 붙였던 문배그림 '작호도'는 호랑이와 까치가 있다. 부부의 백년해로를 기원하는 '어해도'는 물고기와 새우, 게가 등장하고 부귀영화를 가져온다는 '모란도'는 만개한 꽃이 중심이다.

'삼국지연의도(적벽대전)', '구운몽'을 실제로 보는 것도 즐겁다. 어떠한 장면인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작품은 그 주인공의 삶을 닮아가기를 소망한 선조의 마음이었다.

학문에 대한 선비들의 열의를 알 수 있는 '책가도'. /창원역사민속관

학문에 대한 선비들의 열의는 '책거리도', '문자도'로 알 수 있다. 많은 책을 곁에 두고 읽고 싶어하는 고아한 취향을 담은 '책거리도'는 가까운 것은 작게, 먼 것을 더 크게 그려져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전상훈 학예연구사는 "민화는 조선시대 긍정의 아이콘이자 민중의 삶과 꿈이 담겨있는 시대의 정서다. '책거리도'처럼 대중에게 잘 선보이지 않았던 희귀작품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강조'가 가장 중요했던 민화, 그 시절 간절했던 바람을 읽는 전시다.

한편 전시를 더 이해할 수 있는 해설프로그램 '민화로 듣는 옛 이야기'가 하루 3회(오전 11시·오후 2시·오후 4시) 열리고 주말마다 '민화 컵받침 만들기'를 할 수 있다.

전시는 6월 24일까지. 문의 055-714-7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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