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하 김경신 지음
내면 깊숙이 자리한 깨달음을 찾아서

"그냥/ 내버려 두시게

고추는 제때에 붉어지고

밤송이는 제때에 벌어지고

사과는 때를 따라 빈틈없이 여물어지고

연인은 때가 되니 발길을 돌리고

17번 버스는 때를 따라 연착하고

사람 몸은 때가 익어 식어지는 것이니

단, 한번이라도/ 하늘 그물은 피래미 한 마리를 놓친 적 없었다네"

- '하늘 그물' 중에서

불교에서 말하는 여여(如如, 있는 그대로 참되다)한 경지와 노자 <도덕경> 73장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 疎而不失, 하늘 그물은 성기지만 놓치는 법이 없다)이란 글귀를 버무려 놓은 시다.

일면식도 없지만 작가는 아마 명상과 수행에 심취한 듯 하다. 그의 글은 선불교에서 자주 나오는 '거울 비유', 위파사나 명상의 핵심인 '알아차림', '생각에 저항하지 마라 단지 생각과 생각 사이를 보라'는 참선 수행의 가르침을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결국 작가는 글을 쓰며 스스로 마음 수행을 하는 셈이다.

부디 진아(眞我, Atman)를 찾아가는 길에 축복이 있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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