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조사위원회는 조선소 중대재해의 원인에 대해 지난해 11월부터 현장에서 각종 조사를 해왔다. 지난 24일 최종보고서 작성을 위한 공청회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었다.

이날 발표된 핵심은 안전규정을 무시한 작업과정이 하청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7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조선업 사고 사망자 324명 중에서 하청노동자가 258명에 달했다. 조선업 산재사망노동자의 80%가 하청노동자라는 것이다. 산재사고가 발생하면 삼성중공업이나 STX조선 등 정규직 노동자의 피해 비율에 비해 하청노동자 비율이 크고, 죽음에 이르는 경우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더 많이 채용하면서도 안전관리에 대한 인식이 결여된 채 잘못된 업무 수행을 방치하는 현실부터 바꿔야 한다. 이를 바꾸지 않고선 조선소 중대재해 발생을 줄일 거라는 기대를 하기는 곤란하다. 산재사고는 단순한 안전의식의 부족 때문만이 아니라 이윤창출을 위해선 인간의 생명도 가볍게 여기는 기업문화와 이를 방치하는 법제도적인 미비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생산비용 감소를 위해 상대적으로 임금이 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또한 공기단축까지 강요하다 보니 현장에선 장시간 노동과 무리한 작업이 일상화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산재사고를 줄이고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산업안전보건교육을 강화하고 산재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관청의 감독권한 역시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빈번하게 제기된다.

2000년대 이후 조선소 중대재해의 주요 요인으로 '죽음의 외주화'라는 용어가 일상적으로 회자된다. 한 개인이 자신의 죽음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피하는 행위는 지극히 정당한 행위이다. 하지만 위험을 뻔히 알면서 타인의 몫으로 돌리는 건 비인간적 행위이고 결코 정당화할 수 없다. 위험 상황이 어쩔 수 없는 우연적 요인으로 생기는 게 아니라 다른 이유와 구조에 의해 만들어 진다면, 그것은 고의적 살인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 문제가 있는 걸 알고 있는 마당에 나만 살면 그만이라는 말만큼 무식하고 용렬한 말이 없다. 조선업관계자들은 바로 이런 사실부터 수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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