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의원과 관계 등 입증할 만한 핵심 증거 안 나와

김경수(더불어민주당·김해 을) 의원 연루 의혹이 불거진 '민주당원 인터넷 여론조작 사건'이 소강상태에 접어든 분위기다.

야권과 일부 언론이 거의 실시간으로 이 문제를 이슈화하고 있지만 김 의원이 불법적 행위를 주도하거나 이에 관여한 사실을 입증할 만한 '결정적 한방'은 나오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을 둘러싼 논란의 갈래는 크게 세 가지다. 댓글 조작 혐의(업무방해)로 구속된 핵심 피의자인 김모(필명 드루킹) 씨와 김 의원이 대체 어떤 관계였는지, 이를테면 '조작'을 지시하거나 보고·공유하는 관계였는지 여부와 드루킹 측-김 의원 보좌관 사이에 오간 현금 500만 원의 실체, 그리고 김 의원 해명의 진실성 또는 거짓말 가능성이 그것이다.

김 의원-드루킹 관계와 관련해 현재까지 드러난 가장 구체적 정황은 김 의원이 지난해 대선 기간 등에 드루킹에게 특정 기사 인터넷 주소를 전송했고 드루킹이 "처리하겠다"고 답했다는 부분이다. 보기에 따라선 김 의원이 드루킹 측의 불법적 활동을 교사하거나 최소한 인지하지 않았을까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김 의원은 드루킹이 수많은 지지그룹 중 한 명일 뿐이라며 세부 활동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그는 불법 댓글의 핵심 도구가 된 '매크로 프로그램'(같은 작업을 단시간에 반복하는 프로그램)도 최근 언론 보도로 처음 알았다고 했다.

김 의원이 전송한 기사들에 실제 불법적 여론조작이 있었는지도 아직 불투명하다. 드루킹 측이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이용한 흔적은 대부분 올해 1월 이후로 한정되고 있다.

물론 불법성과 거리가 있더라도 대선 시기 '네거티브 공세' 등에 (드루킹 같은) 온라인 조직이 동원됐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는다. 실제 김 의원이 드루킹에 보낸 기사 중에는 당시 홍준표 후보 등에 부정적인 것들이 꽤 있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불법인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인터넷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시도는 모든 대선 후보 측에 있었다.

이런 가운데 김 의원과 드루킹 측의 '어두운 관계'(?)를 입증하는 근거로 보좌관과 금전 거래가 등장했다. 드루킹 측이 김 의원 보좌관인 한모 씨에게 지난해 9월 현금 500만 원을 제공했다가 지난달 드루킹 구속 후 돌려받았다는 것이 사건 개요인데 석연치 않은 점이 적지 않다.

김 의원이 드루킹의 인사 청탁 내용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까지 겹쳐져 웬만큼 가깝지 않으면, 즉 불법적 활동을 포함해 서로 뭔가 내밀하게 공유하는 사이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 야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김 의원은 이것도 전혀 몰랐다가 뒤늦게 알았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지난달 드루킹이 돈거래를 빌미로 협박성 메시지를 보내자 "황당하다. 확인해보겠다" "한 보좌관 사표를 받았다"고 답신한 것을 그 증거로 들고 있다. 김 의원은 "보좌관이 어떻게 드루킹과 돈거래를 했는지 경찰이 조사해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의원에게 쏟아지는 비판은 내놓은 해명의 앞뒤가 안 맞고 갈수록 말 바꾸기·거짓말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23일 자 '보좌관 금품거래까지, 김 의원 거짓말 행진 끝이 없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김 의원은 처음엔 드루킹을 잘 모른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그러다 '드루킹에게 감사인사만 전했다'고 했다가 '홍보하고 싶은 기사 링크를 주위 분들에게 보냈는데 드루킹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또 "드루킹의 인사 청탁도 '무리한 요구'라고 들어주지 않았다고 했다가,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변호사의 이력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말을 바꿨다"고 했다.

하지만 이 역시 김 의원의 지난 14·16일 해명을 세세히 뜯어보면 말 바꾸기나 거짓말로 단정하기엔 무리가 있다.

'잘 모른다'-'감사인사만 전했다'-'전달됐을 수 있다'는 설명이 서로 배치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사 청탁과 관련해서도 김 의원이 한 말은 "무리한 요구라서 들어주지 않았다"가 아닌 "무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였다. 그게 그거 같지만 전자냐 후자냐에 따라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사실관계는 진실(후자)이 될 수도 있고 거짓(전자)이 될 수도 있다.

다만 김 의원이 14일 기자회견에서 "드루킹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한 것은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양측이 보안성이 높은 메신저인 '시그널'을 통해 55차례 대화를 한 정황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지난 21일 고성을 찾은 자리에서 입장이 자꾸 바뀐다는 기자들 물음에 "큰 틀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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