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노동자 단체가 뽑은 '2018 최악의 살인기업'에 선정됐다. ▶ 25일 자 1면 보도

노동건강연대·매일노동뉴스·민주노총·한국노총이 꾸린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은 지난 한 해 동안 산업재해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2018 최악의 살인기업'을 발표했다. 캠페인단은 25일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선정식을 하고,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을 정부에 촉구했다.

캠페인단은 지난해 노동절인 5월 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800t급 골리앗 크레인과 32t급 타워크레인이 충돌해 타워크레인 지지대가 떨어져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다치는 사고가 난 삼성중공업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했다.

특히 캠페인단은 "사고 사망자 모두가 노동절에도 쉬지 못하고 일하던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였다"며 "공기 단축을 통한 이윤 창출에 눈먼 삼성중공업의 안전 불감증과 조선 산업이 어려워지면서 안전예산 공사비를 가장 먼저 줄이고 있다는 현장 노동자의 우려가 가장 취약한 하청 노동자들의 산재사망으로 드러난 사고"라고 비판했다.

이어 삼성중공업이 '위험 업무 외주화'를 했지만, 사고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캠페인단은 "이번 사고 원인은 위험의 외주화와 원청의 책임 회피를 불러일으키는 다단계 고용구조에 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은 책임지지 않았다. 경찰 조사에서 삼성중공업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이 지적됐지만 삼성중공업 박대영 사장은 입건조차 되지 않았고, 당일 골리앗 신호수만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5명이 숨진 현대엔지니어링·GS건설·대림산업이 '최악의 살인기업' 공동 2위, 4명이 사망한 STX조선해양·현대산업개발·현대산업개발·케이알산업·대림종합건설은 공동 5위였다. 지난해 8월 STX조선 진해조선소에서 폭발사고로 4명이 숨졌다. 순위에 이름을 올린 8개 기업에서 산재 사고 사망자 37명은 모두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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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사망대책마련을 위한 공동 캠페인단이 25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2018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교통부와 우정사업본부는 특별상에 올랐다. 국토교통부는 타워크레인을 관리하고 점검하는 주무부처로서 책임을 방치해 지난해 노동자 21명이 사망하게 했다는 이유로, 우정사업본부는 업무상 과로 등으로 집배원이 사망했는데 시스템 개선을 외면해왔다는 이유로 선정됐다.

캠페인단은 "4월 28일은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이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산업재해로 2000여 명이 사망하는 '죽음의 공화국'이다. 정부가 산재통계를 공식 집계하기 시작한 1964년부터 지난 2016년까지 산업재해 사망자는 9만 369명에 이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타워크레인 사고를 비롯해 최근 사망사고는 안전보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하청, 비정규 노동자에게서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라고 규정했다.

캠페인단은 산재 사고의 심각성을 알리고, 기업의 책임과 처벌 강화를 위해 지난 2006년부터 중대재해 고용노동부 자료를 바탕으로 매년 산재사망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해왔다. 2006년 GS건설, 2007년 현대건설, 2008년 한국타이어, 2009년 코리아2000, 2010년 GS건설, 2011년 대우건설, 2012년 현대건설·STX 조선해양, 2013년 한라건설·LG화학, 2014년 대우건설·현대제철, 2015년 현대건설·현대중공업, 2016년 한화케미컬, 2017년 현대중공업이 역대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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