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위치상 증상 발견 늦어
흡연 때 2~5배 정도 위험
진행 단계별 치료법 달라
 

스티브 잡스와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 이들의 삶을 앗아간 것은 바로 '췌장암'이었다. 암 진단을 받고 난 후 유독 예후가 나쁘다고 알려진 췌장암. 췌장암에 대해 창원경상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재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췌장이란 = 먼저, 췌장이란 무엇일까? 왜 췌장암은 조기 발견이 어려울까?

췌장은 '이자'라고도 하는데, 소화효소와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과 글루카곤을 분비하는 역할을 한다. 명치 부위의 위 뒤쪽에 있고 배보다는 등 쪽에 가까이 있는 장기로, 그 위치 때문에 췌장에 문제가 생기면 등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위치적 특성상 초기 췌장암은 증상이 거의 없고 주요 증상인 황달과 등 통증, 체중 감소는 이미 병이 많이 진행된 뒤에 생기는 사례가 많아서 발견 당시 수술적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20% 이내에 불과하다.

췌장은 크게 머리(두부)와 목(경부), 몸통(체부)과 꼬리(미부)로 나뉜다. 머리는 췌장에서 가장 넓은 부위이고 몸통의 오른쪽에 자리하고 있으며, 십이지장에 가까이 붙어있다.

▲ 창원경상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재민 교수. /이원정 기자

이 교수는 "췌장암은 췌장의 어느 부위에 발생했느냐에 따라 증상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췌장암이 머리 부분에 발생하면 바로 옆으로 담관이 지나가므로 췌장암에 의해서 담관이 좁아지거나 막혀 황달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몸통과 꼬리 주변에는 비장 이외에 별다른 장기가 없어서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췌장암 발견이 늦어져서 예후가 나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종류 = 췌장암과 관련한 질환으로는 낭종성 췌장종양과 악성 췌장종양이 있다.

이 교수는 "최근 건강검진이 활성화되면서 우연하게 낭종성 췌장 종양이 발견되어 정밀검진을 받기 위해서 외래를 찾아오는 환자가 많아졌다"며 "낭종성 췌장종양 중 점액성 낭성종양, 췌관 내 유두상 점액종양, 고형 가유두상 종양은 추후 암이 될 수 있는 전암성 병변이므로 주의관찰 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점액성 낭성종양과 고형 가유두상 종양은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 발견되면 수술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수술 후 예후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췌관 내 유두상 점액종양은 췌장관을 따라 문제가 생기는데, 양성부터 악성까지 다양한 양상을 보일 수 있다. 이 교수는 "췌관 내 유두상 점액종양은 무조건 수술을 권하진 않는다. 예전에는 3㎝ 이상이면 수술을 권유하였으나, 요즘은 크기보다는 낭종 내 벽결절 및 고형성 병변유무, 1㎝ 이상의 췌장관 확장 등의 고위험 소견에 따라서 수술적 치료 및 주기적인 이미지 관찰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췌장의 악성 종양에는 췌관 선암종, 선방세포암종, 신경내분비종양이 있다. 이중 췌관 선암종은 췌관세포에 생긴 암으로 췌장 악성종양의 85~90%를 차지하고 60대 이후 남성에 잘 생긴다. 췌장암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는 '선암'을 의미한다. 선방세포암종은 췌장 외분비 종양의 1~2%로 드물게 나타나는데, 중년 이후 남성에게 주로 나타난다. 신경내분비종양 역시 10만 명에 1명꼴의 드문 췌장암으로 췌관 선암종에 비해서 예후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험요인 = 췌장암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췌장암이 발생하기 쉬운 요인으로 흡연, 당뇨병, 만성 췌장염, 유전적 요인, 나이, 음주, 비만, 식이, 화학물질 등이 꼽힌다.

흡연을 하면 췌장암 위험이 2~5배 증가하는 등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중요한 인자로, 금연 후 10년이 지나야 일반인과 비슷한 유병률을 보인다.

당뇨병은 췌장암의 원인인자이자 결과일 수도 있다. 이 교수는 "당뇨 자체가 췌장암을 일으키는 위험인지인지, 그렇지 않으면 췌장암에 의한 결과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40세 이후 갑자기 당뇨가 발생하거나 당뇨환자가 갑자기 혈당 조절이 되지 않으면 췌장암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50세 이전 췌장암이 발생한 직계 가족이 1명 이상이거나, 나이에 상관없이 췌장암 환자가 직계 가족 중 2명 이상 있으면 췌장암 위험이 높아지고, 과음도 췌장암을 유발할 수 있다.

육류와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 과다한 열량, 높은 체질량 지수 등은 췌장암 빈도를 높이고, 채소류나 비타민 등은 낮추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증상과 진단 = 증상은 복통과 황달, 체중감소, 소화장애, 당뇨병 발생 및 악화 등이 있다. 특히 복통은 등 통증을 동반하기도 하고, 황달로 인해 소변색깔이 갈색으로 변하거나 가려움증이 발생할 수 있다.

췌장암 진단을 위해서는 혈액검사, 영상검사, 조직검사를 한다.

혈액검사는 간기능 검사, 혈청종양표지자 검사 등을 하는데, 혈액 검사만으로는 췌장암을 진단할 수 없다. 혈청종양표지자 검사에서 췌장암 표지자인 CA19-9는 특이도가 낮고 대장암이나 위암 등에서도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췌장암 선별검사나 진단목적보다는 췌장암의 예후나 치료 후 추적검사 등에 유용한 검사이다.

영상 검사로는 복부 초음파와 CT, MRI,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 초음파 내시경(EUS), PET 스캔 등이 있다.

이 교수는 "췌장의 몸통과 꼬리는 위나 장의 가스에 가려져 있기 때문에 복부 초음파만으로 췌장을 모두 자세히 검사하기는 어렵다"며 "췌장암이 강력히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복부 CT 검사가 필요하고, 보다 정밀한 감별이 필요할 때는 췌장 MRI를 검사한다.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은 주로 췌장두부암에 의한 담관폐쇄 시에 폐쇄부위에 대한 조직검사 및 스텐트 삽입과 같은 담관배액술 목적으로 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초음파 내시경은 내시경 기기에 초음파 변환기가 달려 있는 것으로, 췌장을 가장 근접해서 관찰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종양에 대한 조직 검사를 함께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PET 스캔은 췌장암이 확진된 환자에서 병기평가를 위해서 원격전이 여부를 판단할 때 주로 사용한다.

◇치료와 예방 = 췌장암의 병기(병의 진행 단계)는 전이 여부나 크기 등에 따라 0~4기로 나누는데, 병기에 따라 예후가 다르고 치료방법(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 치료, 증상치료)도 다르다.

일차적으로 적어도 2기 이하의 병기에서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고 암이 췌장에 국한된 경우에 하게 되며, 췌장 일부나 전체를 절제하고 주변 조직도 함께 제거한다.

이 교수는 "수술은 췌장암에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이지만, 근치적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20% 정도에 불과하다"며 "수술방법은 암의 크기, 위치, 병기, 환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를 고려해서 선택한다"고 말했다.

항암화학요법은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일정한 주기로 체내에 항암제를 투여하는 것으로 주로 암이 이미 전이되어 수술이 힘들 때 증상완화 및 생명연장목적으로 시행하거나(고식적 항암화학요법), 수술 후에 남아 있을지 모르는 암세포들의 성장을 막음으로써 재발률 감소와 생존율 연장목적(보조 항암요법)으로 사용한다. 최근에는 국소적으로 진행된 췌장암에서 완치목적의 수술을 위해서 원발 종양크기와 침윤 범위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수술 전 시행하기도 한다(선행 항암화학요법).

증상치료는 3기 이상의 병기에서 수술 및 항암치료 등의 적극적인 치료가 힘든 환자에서 증상완화를 위한 목적으로 시행한다. 통증이 심한 췌장암 환자에게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하거나 신경절 차단술을 시행하고, 담관폐쇄가 동반된 환자에서 스텐트를 삽입해 황달 및 담관염을 완화시키는 치료 등이 있다.

이 교수는 "아직까지는 췌장암의 뚜렷한 예방법이나 권고되는 기준은 없다. 그러나 위험 인자로 꼽히는 요소들을 주의한다면 희망은 있다"고 말했다. 즉, 금연과 절주가 필수적이고 가족 중 췌장암이 있거나 췌장낭종, 만성 췌장염, 당뇨가 있는 사람은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또한 고지방식과 고단백식을 피하는 등의 음식조절과 함께 적당한 운동과 체중 관리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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