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까지 경남문학관서

경남문학관 상반기 기획전 ''작품'이 되어 서랍 속을 나오다' 전시가 지난 21일부터 1층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아버지가 선물로 사주신 도자기 인형, 요양병원 가는 길에 주운 낙엽, 장례식장에서 잃어버렸다 되찾은 구두 등 작가 52명이 작품 소재가 된 소장품을 가져다 놓았다. 때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발견된 물건도 있고, 소중하게 간직한 유품도 있다. 여기에 함께 전시한 작품을 읽으면 그 의미가 한결 쉽게 다가온다.

지난 주말 오프닝행사에서는 문인들이 모여 옛날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정겨웠다.

특히 차상주(80) 수필가는 소장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는 고 김수남 시인이 군 시절 만든 비망록을 내놓았다. 아내가 버리려던 것을 어떻게 보관하고 있다가 찾아서 가져온 것이다.

차상주 수필가가 보관하던 고 김수남 전 소년한국일보 사장의 군대시절 비망록. 그는 이를 소재로 수필을 한 편 썼다. /이서후 기자

김해에서 태어난 김 시인은 소년한국일보 사장, (사)색동회(소파 방정환이 일본 유학시절 만든 어린이보호단체) 회장을 지냈다. 특히 우리나라에 시 낭송 열풍을 일으킨 것으로 유명하다.

김 시인의 비망록은 군대 사격용지를 이면지로 활용해 만든 것이다. 바로 옆에는 그가 제대 하는 차 수필가에게 준 글이 있다. '차 병장님을 위한 장'이란 제목으로 '여기 1959년 10월 총검을 높이 든 젊은 기수가 있다'는 부제가 달렸다. 함께 전시된 차 수필가의 수필 '타깃 target 비망록을 뒤적이며'에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김수남 시인은 성균관대 국문과 출신으로 징집 연기를 거듭하다 군기가 쎄기로 유명한 우리 부대로 배속됐다. 당시에도 머리숱이 적어 '영감'이라 놀림을 받았고, 약골이라 훈련에도 많은 애를 먹었다.(중략) 그는 관물정돈이 깔끔하지 않다며 점호 때에 자주 지적을 받았다. 점호관이 관물대에 정열 해놓은 피복을 지휘봉으로 휘저어 놓으면 그 속에서 떨어진 원고 뭉치나 동료 문인들과 위문편지 등을 허겁지겁 줍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김복근 시조시인이 서우승 시조시인 장례식장에서 잃어버렸던 구두. 그는 이 구두를 모티브로 추모시를 썼다. /이서후 기자

천융희 시인이 가져다 놓은 낙엽도 그의 시를 읽고 다시 보면 마음이 짠해진다.

"떨군 한 잎으론 물들지 못해/낙엽끼리 합류되는/-노인요양병동/그곳에 가면/말라 비튼 계절이 밀봉되고 있다" - '낙엽' 중에서

천 시인이 가져다 놓은 낙엽을 가득 남은 그릇에는 이런 설명이 붙어 있다.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시게 되어 시간을 정해놓고 들리는 길에 어머니와 닮았다는 생각으로 줍게 된 3년 전 낙엽'

이 외에도 아버지가 네덜란드 여행길에 사다주신 도자기 인형에서 첫 사랑의 순수함을 떠올리며 '뒷짐 지고'란 시를 쓴 유희선 시인, 마산 출신 고 강신석 화백이 남긴 파이프 담배를 모티브로 '파이프'란 시를 쓴 고영조 시인, 통영 서우승 시조시인 장례식장에서 잃어버린 구두를 되찾은 일을 소재로 '서우승 가는 길'이란 시를 쓴 김복근 시조시인, 어머니가 남긴 국자를 소재로 '어머니'란 시를 쓴 최대식 시인 등 애틋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과 소장품들이 전시장을 채우고 있다.

전시는 6월 말까지 이어진다.

차상주 수필가(가운데)가 자신이 보관하던 고 김수남 전 소년한국일보 사장의 군대시절 비망록에 관련한 이야기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이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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