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위기까지 내몰렸던 한국지엠 노사가 23일 임·단협 체결에 잠정합의했다. 이로써 한국지엠 경영위기는 한숨을 돌리게 되었다. 여기저기 잠복해 있는 노사갈등이 언제 불거져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국지엠의 경영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된 것은 분명하다.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이나 우리 정부는 한국지엠이 신뢰할 수 있는 교섭 안을 제출하고, 앞으로 제대로 된 자구계획을 세운다면 이후 재정과 제도적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모든 문제 해결의 첫 단추는 한국지엠 내부에서 진행되는 노사교섭이 일차적이라는 의미였다. 가장 가까운 이해 당사자들의 이해관계 조정도 하지 못하면서 외부의 지원만을 기대하고 요구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 소리라는 것이다. 23일 합의된 임·단협안 중에서 가장 관심이 큰 내용은 군산공장 인력의 전환배치와 함께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과 같은 신차모델을 2022년부터 창원공장에서 생산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창원공장이 유지되기 위한 전제조건인 신차생산의 가능성은 확인됐다. 하지만, 과잉인력 문제는 잠복한 채 언제든 튀어나올 수 있다. 이처럼 미봉책으로 구성된 노사합의안을 두고 시중에서 혹평이 나올 수도 있다.

공장폐쇄와 대량해고라는 비극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 무엇을 준비하고 배려해야 하는지 이번 사태는 많은 사실을 시사해 준다. 노사가 기업을 회생하기 노력한다는 하나의 사실만으로 정부나 주 채권은행이 당장 지원을 해 줄 수는 없다. 노사가 실현가능한 회생안과 자구안이라도 만들어 낼 때 외부로 부터의 지원도 가능해진다. 기업 내적으로 경영위기를 극복하기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도 않은 채 자신들이 가진 기득권적 지위를 활용하여 본사 차입금 출자전환이나 외국인투자지역 지정과 같은 요구만 하는 건 기본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 노사가 머리를 맞대어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 한발씩 양보하면서 성숙한 타협책을 만드는 모양새를 연출할 수 있을 때 사회적 동의와 설득력 역시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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