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동시 개헌 투표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 현행 국민투표법이 헌법재판소에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은 까닭에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려면 법 개정이 필수다. 국민투표법 개정안 공표 시한은 지난 23일이었지만 '드루킹 특검'을 요구한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4월 국회는 문을 열지 않았다.

'6월 개헌'이라는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계획이 일그러진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무엇보다 지난 대선 공약을 어기면서까지 표변한 자유한국당에게 가장 큰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제 권한 악화를 통해 현 정부의 힘을 빼거나 자신들의 집권 가능성을 높이려고 했던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이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자 몽니 부리기에 가까운 태도로 일관했다. 또 남북 북미 정상회담 계획이나 드루킹 의혹으로 개헌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약화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했음에도 국민을 설득하여 야당을 움직이게 하는 데 실패한 집권당의 무기력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개헌안으로 국회 문턱조차 못 넘긴 집권당에 앞으로 개헌 동력이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자유한국당은 6월 개헌투표가 아니라 여야 합의로 6월에 개헌안을 발의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대통령 분권제 개헌을 주장하며 여당과 대치함으로써 국회 합의를 가로막은 임자가 누구인지는 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6월 합의 운운은 개헌안 합의가 시동조차 되지 않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에 불과하다. 자유한국당이 개헌 의지가 있었다면 처음부터 6월 일정을 거론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여야 합의가 된다고 한들 지방선거 직후에 유권자들을 다시 투표장으로 이끄는 것은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지방선거 동시 개헌이 무산되면서 개헌은 최악의 경우 현 정부에서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30년 묵은 헌법으로 나라를 이끄는 것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 지역분권제 발전을 위해서라도 개헌 일정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의 셈속에 휘둘림 없이 시민들의 힘이 결집하여 정치권을 압박하지 않으면 개헌은 불가능한 꿈이 될 수도 있다. 개헌 일정이 무산된 것은 민주주의 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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