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4월 26일.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자랑하던 구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4호기는 냉각기능이 마비되자 불과 4초 만에 폭발하고 말았다. 가동한 지 3년도 채 안 된 새 원전이었다. 내부온도가 4천도 이상 올라갔고 모든 중금속은 방사성 기체가 되어 1만 미터 상공의 제트기류를 타고 8천 미터 떨어진 일본까지 날아갔다. 최소 20만 명 이상의 사망자와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방사선 피폭으로 고통받았다. 인류 사상 최악의 재앙이 된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는 32년이 지난 지금도 반경 30km 이내는 출입이 통제되고 있고 특별히 허가된 노인 외는 주민이 살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다행히 대형사고 없이 원전 가동 40년째를 맞이하고 있고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탈 원전을 선언하면서 계획 중이던 5기의 원전을 백지화시켰다. 그러나 건설 중이던 신고리 5,6호기는 공론화 결정에 따라 건설을 재개하였고, 문 대통령은 '바라카' 원전 준공식에 참석하여 '바라카' 원전을 '신의 축복'이라고 하며 사우디원전 수주전에 적극 참여한다는 등 탈 원전 정책과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 탈 원전을 염원하는 국민을 안타깝게 하였다. 현재 가동 중인 24기 원전의 안전성도 신뢰하기 어렵다. 지진 대비도 부족하고 안전 불감증은 여전하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건을 보면 원전에서도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는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었지만 우리나라 원전은 모두 산업시설 인근이거나 인구 밀집지역과 가까이 있어 단 한 번의 대형사고로 국가 존망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진 대비가 완전하지 못하고 설비가 노후화된 30년 지난 6기의 원전(전체 설비용량 513만kw, 전체 설비량의 4%)을 즉시 폐기하는 것이 맞다. 다행히 우리나라 전력 설비는 현재 5천만 kw 정도 여유가 있어 이 정도 폐기해도 전력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

탈 원전 정책이 순조롭게 시행되려면 두 가지 정책이 필요하다. 전기 소비를 줄이는 것과 재생에너지 확대다. 우리나라는 전기 소비가 선진국보다 거의 낭비수준이기 때문에 줄이기가 아주 쉽다. 가장 간단하고 쉬운 방법은 대기업의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2013년 감사원 보고서에 의하면 대기업의 전기요금을 원가 이하로 책정하여 한전이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입은 피해가 무려 5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이 전기 낭비를 가져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전기 소비량은 독일이나 영국, 이탈리아의 두 배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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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량은 161 GW(기가 와트. 중 태양광 75G W)였고 원전은 9 GW에 불과하였다. 원전이 신의 축복이 아니라 재생에너지가 신의 축복이다. 아랍에미리트 역시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에 200조 원을 투자하고 사우디아라비아는 2023년까지 57조 원을 투자한다고 한다. 어느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할지는 자명하다. 구글, 애플, BMW, 아마존, 이케아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로 100% 전환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구글과 애플은 은 이미 100% 목표를 달성하였다. 미국은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목표를 세우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선진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살펴보면, OECD 국가 평균이 25%, 독일은 35%이다. 독일의 74개 지자체는 100% 재생에너지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 2030년 목표 20%는 너무나 낮다. 목표를 앞당겨서 3만 불 국민소득 수준에 맞는 안전한 국가로 만들어 보자. 대한민국이 제2의 체르노빌, 제2의 후쿠시마가 될 수는 없다. 미래 세대에게 황당한 핵 쓰레기를 떠넘길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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