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온갖 훼방에 기회 물거품"-"청와대·민주당 애초부터 진정성 없어"

여야가 6월 지방선거-헌법개정 동시투표가 무산된 것과 관련해 거친 책임 공방을 벌였다.

6월 개헌 국민투표를 위해서는 재외국민 참정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국민투표법안이 늦어도 투표일 50일 전(4월 23일)까지 처리돼야 했지만 '민주당원 인터넷 여론조작 사건' 특검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끝내 시한을 넘긴 데 따른 것이다.

개헌안을 직접 발의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실망감이 누구보다 컸다. 문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국회는 대통령이 국민 뜻을 모아 발의한 개헌안을 단 한 번도 심의조차 하지 않은 채 국민투표 자체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정치권 모두가 국민께 했던 약속을 마치 없었던 일처럼 넘기는 건 저의 상식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유감과 안타까움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또 자신의 개헌안에 대해 "남북정상회담 후 심사숙고해 결정하도록 하겠다"며 "제가 발의한 개헌안은 대통령과 정부를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선거연령 18세 하향과 국민 참여 확대 등 국민주권 강화, 지방재정 등 지방분권 확대, 3권분립 강화 등 대통령과 정부의 권한 축소를 감수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내에는 대통령 개헌안을 고수할지 말지 찬반양론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선거 동시투표가 무산된 데다 국회 통과 가능성이 작은 만큼 철회하자는 의견과 대통령 스스로 현실론을 펴며 거둬들이는 건 적절치 않다는 반론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야권, 특히 자유한국당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우 대표는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의 온갖 훼방으로 31년 만에 온 국민개헌의 소중한 기회가 물거품 되는 것 같다"며 "발목잡기·지방선거용 정쟁에 눈먼 한국당이 국민 참정권이 달린 국민투표법과 시대적 과제인 개헌을 걷어찼다. 특검을 통한 '대선불복 폭로전'을 위해 개헌을 거래 대상으로 전락시킨 데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노회찬(창원 성산) 정의당 원내대표도 "개헌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이 일고 있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무용론까지 나오는 실정"이라며 "하지만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 기본권을 신장하고, 지방에 자치권을 돌려주며, 민심을 국회 구성에 정확히 반영하는 개헌과 선거법 개정을 단기간 어려움을 핑계로 무산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당 등은 대통령 주도 개헌과 특검 거부가 무산의 근원이라고 맞섰다.

신보라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어설프기 그지없는 한 달짜리 졸속 개헌안을 국회에 던져놓고 통과시키라며 생떼를 쓰는 청와대나 앞에서만 개헌을 외치고 뒤로는 개헌 무산 책임을 야당에 씌워 지방선거에 활용할 궁리만 하는 민주당이나 개헌에 대한 진정성은 애초부터 없었다"며 "지방선거 일정에만 맞출 것이 아니라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을 극복하기 위한 국민개헌안 마련이 더 중요하다는 게 야당의 입장이었다. 청와대는 야당 책임을 묻기 전에 국회를 정상 운영하지 못하게 만든 김기식 사태와 여론조작 사건의 비상식을 먼저 따져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대통령 하고 싶은 대로 다 안 되면 야당 탓인가? 협의 없이 자기주장만 관철하려는 것이 정치고 민주주의인지 국민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야당이 민주당 댓글조작 게이트 특검 수용을 국회 정상화 조건으로 제시했지만 민주당 스스로 기회를 걷어찬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대변인 역시 "지방선거-개헌 동시투표 무산은 청와대와 집권 여당 책임"이라며 "청와대는 국회가 주도해야 할 개헌안을 강요했고, 민주당은 개헌안조차 내지 않았다. 형식과 절차를 무시한 대통령 개헌안을 신줏단지 모시듯이 하며 그 어떤 타협도 시도하지 않은 집권 여당의 비겁함이 개헌 무산의 본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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