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사자(死者)를 무덤에서 불러내고 생자(生者)를 묻을 수도 있다. 위로의 말은 솜과 같고, 비난은 가시와 같고, 소중하기가 천금에 비유되니 말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말을 글로 쓰는 기자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조심해야 할 이유다.

기자는 하루에도 몇 건의 성명과 기자회견, 집회를 접한다. 모든 기사가 완벽할 수 없지만 제보·주장·폭로로 세상에 알려진 사건은 특히나 이해 당사자 입장과 반론을 담고, 비교 검토를 통해 오류를 최소화하고자 한다. 하지만, 최근 그 주장이나 폭로가 일방적인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 3월 세계여성의 날 대회에서 학교 현장에서 묵인해서는 안 될 교사의 언행이 폭로됐지만 시점, 2차 피해 등 확인이 안 됐다. 취재과정에서 여성단체는 ‘2차 가해’라며 학생과 차단을 했고, 경남도교육청은 이런 이유로 사실 여부조차 확인을 하지 못했다. 모든 주장은 따옴표를 통해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거기에만 멈추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가해자를 특정하지 못함으로써 다수가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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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육청 정문 앞에서 시위를 하는 단체가 있다. 2011년, 2013년 사건이 미투 운동과 연계돼 폭로됐지만 특정 언론하고만 인터뷰하겠다며 보도를 제지했다. 그럼에도 이를 보도하자 항의했다. 다수에게 알리고자 시위에서 뉴스를 쏟아내고는 특정 언론은 이를 다루지 말라는 격이다. 특정 언론의 독점 보도로 사회부조리를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자신이 뱉어버린 말에 ‘책임’이라는 무게를 책임져야 할 이는 비단 기자뿐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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