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하게 퍼지는 매운맛, 지친 입맛 달래주네
한국·중국·일본 '원산지'…요즘은 하우스 재배도
특유의 향 있어 찌개·무침·장아찌 '전방위 활약'

깨끗하게 씻은 달래를 입에 넣어 씹으면 '아삭'하는 소리가 난다. 파와 비슷한 매운맛이 나면서 특유의 향이 일품이다.

달래는 본래 재배 작물이 아니다. 야생에서 구하는 음식재료다. 최근에는 하우스 재배를 한다. 야생달래를 구해 심거나, 봄철 시장에서 파는 씨를 구해 길러도 좋다. 관리만 잘하면 매년 봄이 즐겁겠다. 물이 잘 빠지는 곳이면 어렵지 않게 키울 수 있다.

알뿌리가 큰 달래는 꽃대를 세우는데, 꽃대에 달린 주아(식물 줄기에 생기는 눈)가 주변에 흘러 번식한다. 봄에 심긴 주아는 가을에 싹을 틔운다. 달래의 알뿌리는 여름철 휴식을 취한다. 날이 선선해지면 줄기를 키운다.

달래는 입맛을 돋우는 능력이 탁월하다. 달래의 맛과 향은 생명력이 느껴진다. 쓰임새도 여럿이다. 보통 달래를 된장찌개에 넣어 먹는다. 가장 간편하게 쓰는 방법이다.

멸치와 다시마로 국물을 내고 된장을 채에 걸러 부드럽게 푼다. 기호에 따라 나박하게 썬 무를 넣으면 국물이 시원해진다.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제거한 달래로 장아찌를 만들었다./최환석 기자

여기에 두부, 호박, 감자를 식성에 따라 넣고 매운맛을 더하려면 청양고추도 살짝 넣는다. 달래는 먹기 직전 넣는다. 깨끗한 물에 씻어 먹기 좋게 썰어 놓은 달래를 상에 내기 전 된장찌개에 올린다. 달래를 많이 넣을수록 그 향이 배가한다. 된장찌개에 특별함을 더하려면 달래를 넣어보자.

고추장에 버무린 달래는 반찬으로 그만이다. 부드러운 달래를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뺀다. 소금 간은 하지 않아도 된다. 고추장, 과일 청과 먹기 좋게 썬 달래를 골고루 버무린다. 먹기 전에는 참기름과 깨를 뿌려 낸다. 새콤하면서 매운 향이 입맛을 자극한다. '밥 도둑'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봄에만 먹기엔 아쉽다. 오랜 시간 두고 먹으려면 장아찌를 담근다. 깨끗하게 씻은 달래는 다시 물기를 충분히 뺀다. 달래의 양에 비례해 간장, 식초, 설탕을 1:1/3:1/2 비율로 준비한다. 취향에 따라 식초와 설탕의 양을 적절하게 조절해도 좋다.

준비한 간장과 식초, 설탕은 냄비에 넣어 끓인 다음 식힌다. 큰 믹싱볼에 달래를 넣고 식혀둔 간장 물을 붓는다. 달래가 간장 물에 잠기면 덮개를 씌우고 하루 재운다.

다음날 간장 물을 빼내 다시 한 번 끓인다. 식힌 다음 다시 달래에 붓고 알맞은 그릇에 넣어 보관하면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다. 이렇게 만든 달래 장아찌는 2~3일 지나면 바로 먹을 수 있다.

달래는 한국·중국·일본이 원산지다. 그래서인지 옛 이야기에도 곧잘 등장한다. 명의 화타가 만성 소화불량으로 죽어가는 이에게 달래즙을 주어 살렸다는 이야기도 있고, 당나라 역사가 이연수가 쓴 <남서>에도 달래의 영험한 효능과 관련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한반도에서는 예로부터 저주로 얻은 병에는 달래가 해독제라고 여겼다.

고추장을 써 달래무침을 만들었다./최환석 기자

달래는 동요에도 등장한다. 윤석중 작사, 박태준 작곡 동요 '맴맴'에서다. "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시고/할머니는 건넛마을 아저씨 댁에/고추 먹고 맴맴 달래 먹고 맴맴"

달래가 매운맛이 난다고 하지만 고추에 비할 바는 아니다. 원래 '달래 먹고 맴맴'은 '담배 먹고 맴맴'이었다고 한다. 교과서에 실리면서 가사가 바뀐 것. 그래도 은은하게 입안 가득 퍼지는 매운맛을 즐기려면 고추보다 달래다.

야생 달래는 다른 풀이 나기 전 자란다. 반대로 풀이 무성한 시기에는 줄기가 말라버린다. 냉이 등 다른 작물이 번성하면 달래는 찾기 어려워진다. 달래를 기를 때도 번성한 다른 풀을 걷어내는 것이 일이다.

달래에 서서히 꽃대가 오르면 여름이 온다는 뜻이다. 다음 봄을 기약하며 달래꽃을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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