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대·창원대 총학생회장 '드루킹 사건 수사 촉구' 각각 해명글 올려
"일방적 통보가 대의 민주주의냐"-"독단적 결정 유감" 등 쏟아져

민주주의를 요구한 학생회가 민주주의 절차를 지키지 않은데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창원대와 경남대 총학생회는 지난 20일 포털 댓글조작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경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국회의원을 겨냥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총학생회라는 이름으로 기자회견을 한 데 대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총학생회는 성명서 발표 당시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만큼 엄정한 수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총학생회가 진행한 행동이 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한 것이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양 학교 총학생회 모두 지난 국정농단과 관련해 어떠한 견해도 내놓지 않은 바 있어 이번 성명 발표와 기자회견에 배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논란이 벌어지자 박큰솔 경남대 총학생회장은 페이스북 경남대 총학생회 페이지에 지난 22일 오후에 해명글을 올렸다. 박 회장은 "사회적 문제에서도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학우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었으나, 학우 여러분의 의견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고 성급한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라고 썼다. '학생들 여론수렴' 등에 대한 문제에도 해명했다.

그러나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학생들은 "절차와 규칙을 무시한 이유는 무엇인가", "의견 수렴이 안 됐다는 부분을 인정한다면 사퇴감 아니냐", "의견수렴도 없이 스스로 중립적으로 썼고 중립적인 입장이라고 말하는 것은 오만한 행동", "일방적인 통보를 하는 것이 총학생회가 말하는 대의민주주의냐"는 비판을 했다. '경남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와 대학생 애플리케이션인 '에브리타임'에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창원대 총학생회 페이지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은 전체 학생 동의를 구하지 않은 점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또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성명서를 읽고,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수하라는 식의 회의 방식에 대해 "성명서 발표 과정에 대한 비판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며, 총학생회장이 빠르게 댓글로 자신의 뜻을 표명하는 것도 좋으나 전체 학생의 의견을 수렴해서, 빠른 시간 내에 공식적인 문건으로 해명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박서우 창원대 총학생회장은 <경남도민일보>와 통화에서 "지금 일어나는 비판은 하나의 담론으로 보고 있다. 총학생회 회칙에 따라 전체학생대표자회의가 열렸고, 대의민주주의 절차를 통해 의견을 취합한 것"이라며 "구조 자체가 일반 학우 전체의 목소리를 듣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답했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도 이번 총학생회 성명 발표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경남대에 다니는 최모(25) 씨는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학생회가 민주주의 절차를 밟지 않고 독단적인 결정을 학생회장 이름으로 한 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고 했다. 창원대 재학생 김모(22) 씨는 "10번 양보해서 전체학생대표자회의가 대의민주주의 절차를 밟은 것이라고 한다 해도 이번 결정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가 어렵다. 애초 학생회에서 움직일 것이라면 SNS나 대자보를 통해 먼저 의사를 밝혔어야 했다. 수사 촉구는 진척이 안 될 때 했어도 이해할 수 있는 처사였다"며 학생회가 움직인 시기 등을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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