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새벽 여명을 타고 들이닥친 김정은의 깜짝 발표에 전국이 놀라고 경남도 놀랐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이처럼 빠르게, 또 구체적인 모습으로 쇄도하리라곤 미처 몰랐다. 비핵화가 김정일의 유언이라고 했던 김정은의 말이 상기되는 대목이다. 핵시험 중단과 ICBM(대륙간 탄도로켓) 시험발사중지 그리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는 그동안 북한이 생존전략으로 수단화해온 핵 관련 프로젝트인 만큼 이를 중단 또는 폐기하겠다는 것은 한국과 미국에 공언해온 비핵화의 선제적 조치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며 경제개발을 통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지향하는 바의 전술전략은 명백하다. 핵 관련 시설은 잠정 폐기 내지는 중단하되 핵보유 자체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는 언급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개발된 핵은 그대로 갖되 외부 위협이 없는 한 쓰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그로써 핵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경제개발에 돌려 먹고사는 운동에 전력을 투입하겠다는 새로운 노선의 설정이다. 김정은은 말한다. 핵개발의 전 공정이 과학적이고 순차적으로 진행됐고 운반타격수단들의 개발사업 역시 과학적으로 진행되어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됐다고 말이다. 확장한다거나 선제 무기화하지 않을 것임을 말하고 있을 뿐 완전 비핵화와는 거리감이 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체제유지와 안전이 보장되면 그보다 높은 단계의 비핵화 조치가 내려질 확률이 높다. 그런 때가 와야지만 손뼉치고 샴페인을 터뜨릴 수 있다.

성급한 해빙 기대는 그래서 속내를 감추고 있어야 한다. 북한의 변화를 계속 주시하면서 일상을 차분하게 꾸려가는 항상심이 요구된다. 시민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은 정부를 믿고 따라주는 일일 것이다. 어떤 정치적 구호나 공방에 흔들리거나 편향되지 않고 힘을 하나로 모아줌으로써 대북관계에서 발언권을 강화하는 계기로 만들어가야 한다. 그래야만 북미대화에서도 한국의 기득권이 존중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 했으니 인내심을 갖고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버리고 대명천지로 나오는 때를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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