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NC와 삼성 3연전 중 한 경기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으로 이적한 전 롯데 선수 강민호가 타석에 들어설 때 기자실 근처에서 '생라이브' 응원 소리가 퍼졌다.

'롯데의 강민호~ 오오오오, 오오오오', 정말 열성적인 강민호의 팬인지, 아니면 그의 안티인지. 이적을 향한 아쉬움인지 아니면 배신감 표출인지. 경기장 전체를 휘감은, 우렁찬 목소리에 NC 팬도 동요했다.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들렸고 '소리 근원지'를 찾기에 바빴다.

강민호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응원(?)은 계속됐다. 반복된 소리에 웃고 떠들던 팬도 우려를 쏟아냈다. 짜증 섞인 눈길도 섞였다. 강민호 역시 마지막 타석에 들어설 때쯤 소리 근원지를 흘깃 쳐다봤다.

비슷한 시기, 사진부 선배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야구장 취재 고충을 털어놓았다. "날씨와 싸워가며 좋은 장면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건 별일 아닌데, 일부 팬 행동은 정말 견디기 어렵다. 사진기자석 쪽으로 파울 볼이 날아오면 사람이 맞든 말든 다짜고짜 공부터 달라는 사람이 있질 않나, 상대팀 플레이 하나하나에 욕설을 하질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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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앞서 지난달 31일 롯데 이대호는 퇴근길에 먹다 남은 치킨을 맞는 수모를 당했다. 7연패에 뿔이 난 한 팬의 행패였다.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본 이대호는 땅에 떨어진 상자까지 슥 쳐다보곤 가던 길을 갔다.

강민호는 이제 삼성 선수이고, 이대호에게 필요한 건 치킨이 아니라 격려다. 야구공보다 중요한 건 건강이다. 당사자에게는 단순한 화풀이일 수 있는 행동이 다른 이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된다. 삐뚤어진 팬심이 스포츠를 망친다. 결코 정당화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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