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황제 권력 비판시 현대에도 귀감
선거철 근거 없는 비방 일삼지 말기를

터키땅 쪽 프리기아왕인 미다스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바쿠스)의 양아버지인 실레누스가 술에 취해 헤매니까 데려다 잘 대접해줬다. 바쿠스는 양아버지를 잘 대접해줘서 고맙다며 미다스에게 소원을 말해보라고 했다. 미다스는 자신의 몸에 닿는 것은 모두 황금이 되게 해달라고 말했다. 바쿠스는 후회할 텐데 괜찮겠냐고 물었지만 미다스는 간절히 원해 소원을 이뤘다. 이후 미다스가 벽돌을 만지면 금괴가 됐고, 손대는 것 모두 황금으로 변했다. 빵을 만져도 황금이 되고, 목이 말라 포도주를 마셔도 황금이 됐다.

미다스는 황금으로 자신의 집을 포장했지만 배가 고팠고 고독했다. 미다스는 그제야 크게 후회하고 자신의 욕망을 내려놓고자 바쿠스를 찾아갔다. 바쿠스는 미다스에게 어느 강에 가서 그 강의 근원지 샘까지 올라가 몸을 담그고 욕망의 죄를 씻어내라고 시켰고, 미다스는 황금 마법에서 풀려났다.

고대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가 쓴 그리스 로마 신화의 근간이 되는 서사시 <변신이야기>에 나오는 우화다. <변신이야기>는 오비디우스가 로마의 초대 황제였던 아우구스투스를 찬양하고 신격화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손대는 곳마다 정복했고 원하는 대로 다 이뤘던 아우구스투스의 절대 권력을 비판했다.

평생 신과 사랑을 노래한 오비디우스는 <변신이야기>에서 우주 창조 순간부터 아우구스투스가 로마를 건설할 때까지 이야기를 다뤘다. 우주와 신, 인류가 변화하는 핵심은 카오스(혼돈)에서 코스모스(질서)로 가는 형식인데, 코스모스를 완성한 게 아우구스투스라고 용비어천가를 불렀다. 그러면서도 오비디우스는 카오스에서 코스모스 완성으로 가는 핵심, 질서의 원동력은 '사랑'이라고 주장했다. 아우구스투스에게 권력을 잡았다고 으스대지 말고 사랑의 세상도 생각해보라고 충고했다.

아우구스투스는 '나를 찬양하는 거야? 비판하는 거야?' 헷갈릴 수밖에 없었다. 후대 사람들은 오비디우스 시가 감각이 세련되고 수사(修辭)가 풍부해서 아우구스투스가 진정한 의미를 쉽게 판단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현대까지 오비디우스 시가 칭송받는 매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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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밀양 지역에서 음해성 문자를 비롯해 6·13지방선거에 나온 후보들을 비방하는 문자들이 급속도로 퍼졌다. 음해성·비방성 문자들은 하나같이 근거가 불충분하고 아니면 말고 식이다. 이런 문자 탓에 피해자들은 문자가 허위임을 알리고자 조목조목 근거를 밝혔고, 경찰서에 허위 사실 공표와 명예 훼손으로 고발까지 했다.

비판은 근거가 타당해야 한다. 어설픈 비판은 비난이고, 근거 없는 비판은 비방이며, 숨어서 비판하는 것은 음해다. 어느 누구나 배경을 짐작할 만한 '기획 비판'을 일삼는 것은 욕망의 죄를 영원히 씻지 못하는 어리석은 일이다. 오비디우스처럼 빼어난 글로 아우구스투스를 비판할 능력이 없다면 펜을 함부로 다루는 위험을 불사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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