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대·창원대 총학생회 '드루킹 사건 민주주의 위협' 성명
운영위 미결정·회의록 부재…"개인적인 입장일 뿐" 번복

경남대학교와 창원대학교 총학생회가 포털 댓글조작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두 대학 총학생회가 성명 발표와 기자회견을 한 뒷배경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 총학생회가 학내 의견수렴이나 의결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경남대와 창원대 총학생회는 지난 20일 오후 경남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창원지역 대학생들은 이번 댓글 조작 사건을 마주하며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학생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서 헌법에 보장돼 있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을 만들어냈다"며 "이는 국민의 열망이 이뤄낸 쾌거이자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성장통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4월 현재 더불어민주당원 중 일부가 댓글 조작 사건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고 민주당의 의원이 사건과 관련해 의혹을 받고 있다"며 경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경수 민주당 국회의원을 겨냥했다.

▲ 경남대학교와 창원대학교 총학생회는 지난 20일 오후 경남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박큰솔(왼쪽 넥타이 맨 이) 경남대 총학생회장과 박서우(오른쪽) 창원대 총학생회장이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박종완 기자

이들은 회견장에서 '배후는 없느냐'는 질문에 "정치적인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진영 논리가 아닌 중립적인 시각으로 이번 사건을 대하고 있다"면서 "촛불시위를 통해 정권을 잡은 현 정부가 과거 정부와 같은 조작 사건에 연루된 데 대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두 총학생회는 성명 발표와 기자회견에 대해 중앙운영위원회 등에서 각 단과대학 학생회와 의견을 조율했다고 설명했다.

또 두 대학 총학생회장은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해 지난 15일 한 차례 만난 뒤 16일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를 열어 성명서와 관련한 안건을 의결했다고 주장했다.

경남대는 16일 중앙운영위 이후 6개 단과대학 회장과 동아리연합회장과 의견을 조율했고, 창원대는 16일 중앙운영위에 이어 18일 전체학생 대표자회의를 열고 성명내용을 공유했다고 했다.

하지만 <경남도민일보> 취재 결과 총학생회장 설명은 사실과 달랐다. 단과대학 회장들은 운영위원회에서 이번 성명이 다뤄진 것을 모르고 있었다. 경남대 6개 중 3개 단대 학생회장에게 성명 내용을 묻자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거나 "성명서 내용을 몰랐다"고 답변했다. 또 한 단대 학생회장은 "중앙운영위가 열린 것은 맞지만 이와 관련한 내용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경남대 총학생회에 중앙운영위 회의록 제시를 요구했으나 작성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과거 경남대 총학생회 간부를 했던 이는 "해마다 회칙이 달라지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중앙운영위를 열면 참석하지 못하는 단과대학 간부 등을 위해 다룬 내용을 공유한다"면서 회의록 미작성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창원대 일부 단대 학생회장과 연락해본 결과 중앙운영위와 전체학생대표자회의가 열린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들 단대회장들은 "논의는 있었지만 결정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내 여론수렴 절차상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창원대 재학생 ㄱ(25) 씨는 "과거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해 어떤 움직임도 없었는데 총학생회 이번 성명 발표는 이해하기 어렵다. 또 간식 사업과 관련한 공지는 자주하지만 이번 건에 대한 공지는 SNS에 한 번만 한 것도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성명서 발표와 관련해 중앙운영위 등 절차를 제대로 거쳤는지 확인에 들어가자 경남대 총학생회 측은 말을 바꿨다.

박큰솔 경남대 총학생회장은 "중앙운영위에서 의견을 물은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총학생회라는 이름으로 기자회견을 연 이유에 대한 질문에는 "내 직함이 총학생회장이기 때문에 총학생회 이름을 거론한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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