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준비위 네 번째 토요집회, 내신 관리 등 목매 '인권'침묵
"당연한 권리 지금 찾아야 한다"

청소년들이 생활기록부 때문에 인권 침해를 받아도 침묵한다며, '생활기록부를 위한 학교생활'을 고발했다.

경남청소년행동준비위원회(이하 청소년준비위)는 지난 21일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분수광장에서 '인권은 교문 앞에서 멈춘다'를 주제로 네 번째 토요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현장실습생 사망자 추모, 정치적 활동 보장, 겉옷 규제 등 주제로 집회를 열어왔다.

이번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 학교, 침묵하는 학생들'의 근본 원인을 생활기록부에서 찾았다. 한 학생은 자유발언에서 김해지역 한 고교 규정개정위원회 일화를 소개했다.

학생은 "1년에 한 번 학생-학부모-교사가 참여하는 규정개정위가 열리지만 화장·염색 규제 완화, 체육복 착용 등 학생 요구는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학생위원 간 적당선에서 타협안을 제시하자는 쪽과 학생 인권 강화와 자유를 끝까지 주장하자는 쪽으로 나뉘어 합의점을 찾지 못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21일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분수광장에서 열린 경남청소년행동준비위원회 토요집회에 참석한 청소년들이 광장 바닥에 요구안을 적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학생 인권보다 당장 내신성적 관리를 위한 중간고사, 생활기록부 관리를 위한 동아리·봉사활동을 우선시하는 친구, "내가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는 데 반항하니?"라며 일상적인 교사의 강압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친구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학생은 "친구들 고민도 이해하지만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움직이며 참고, 좋은 대학을 가면 경쟁이 끝날까요? 스펙과 학점 관리하느라 또 부당한 것에 눈감아야 하고, 취직을 해 8시간 근로시간을 넘기는 부당함에도 옆 사람과 경쟁하느라 참아야 한다"며 "현재의 권리를 나중에 찾을 수 있을 게 아니라는 것을 친구들에게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청소년준비위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신체 제한·규제를 알리는 퍼포먼스도 했다. 이들은 염색·길이 제한, 액세서리 금지, 스타킹 색 강요 등 '야하다는 이유로, 건강상(?)의 이유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기 결정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네 번째 청소년 토요집회를 거치면서 작지만 청소년 인식 변화도 생기고 있다. 청소년준비위 활동가는 "집회나 행사에서 방명록을 받고 소식을 알려나감으로써 미미하지만 적극적인 참여자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학교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 윤리 시간 헌법과 평등권, 자기결정권을 설명하면서 학생인 너희도 당연히 보장받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지도하는 교사가 없다"며 "이의 제기하는 학생이 '이상한', '특이한' 학생으로 취급받아 학교 문화·제도 변화는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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