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구암중 체육관 개조 놀이터 같은 도서관 변신
책 읽어주고 토론하고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휴일 없이 밤 10시까지

책 전시 자체로 볼거리를 제공하는 신개념 독서문화예술공간이 경남에 생겼다. 지식의 바다를 헤엄치는 책을 모티브로 한 '지혜의 바다'가 지난 13일 개관했다.

경남도교육청이 도시재생 프로젝트 하나로 폐교된 창원시 옛 구암중학교 체육관을 증축해 마련한 지혜의 바다는 '책 놀이터', '거실 같은 도서관', '진로 체험공간'을 표방하고 있다. 17일까지 닷새동안 2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혜의 바다와 관련한 궁금증과 민원을 Q&A 형식으로 풀었다.

Q. 10m 높이까지 있는 책은 어떻게 꺼내나요?

A. 지혜의 바다는 지상 3층 건물(연면적 2662.37㎡)에 약 10만 권을 소장하고 있다. 3층 가장 높이 있는 책은 바닥에서 10m 높이에 있어 사다리를 이용해도 손이 닿질 않는다. 9단까지만 대출할 수 있고 그 이상 높이는 도교육청이 운영하는 24개 공공도서관에서 오래되거나 폐기될 책을 기증받아 실내장식 효과를 낸 것이다. 쉽게 구별하는 방법은 책에 붙인 스티커를 확인하면 된다. 도교육청 마크만 있는 책은 대출이 안 되고, 도서분류번호가 있는 책은 읽거나 대출 가능하다. 도서분류번호가 적혀 있지 않더라도 꼭 필요한 책은 직원에게 문의하면 볼 수 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옛 구암중학교에 있는 경상남도교육청 지혜의 바다 도서관.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Q. 10만 권이 있다는데, 읽고 싶은 책이 없어요.

A. 10만 권이라고 하면 감탄부터 자아내지만 작은 도서관을 제외한 대부분 도서관에 10만 권 이상 있다. 도교육청이 운영하는 창원도서관은 33만 권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도서관은 오래된 책을 보관하는 서고가 별도로 있지만 지혜의 바다는 그런 공간 없이 책장에 모두 진열해 많아 보이는 효과를 낸다.

이용자들은 새로 구입한 5만 권을 이용할 수 있다. 5만 권은 최근 3년 사이 발간된 책이다. 보통 도서관처럼 '800'대 숫자가 적힌 문학류가 40%를 차지한다. 3년 전 책을 찾고자 문의하면 없는 경우가 많다. 황동훈 지혜의 바다 사서는 "5월 1일부터 상호대차서비스를 연계해 24개 공공도서관과 어디서나 대출·반납 가능하다. 희망도서를 받아 다양한 책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Q. 내부 디자인이 웅장하고 독특한데, 경남에 이런 도서관이 또 있나요?

A. 대부분 천장이 높은 북 카페는 최근 건립하는 도서관 디자인 트렌드다. 지혜의 바다는 서울 '별마당 도서관', 파주 '지혜의 숲'을 모티브로 삼아 경남에 처음 생긴 도서관 형태다.

도서관에서 조용히 책만 읽었다면 지혜의 바다는 책을 읽어주고, 토론하고, 사람을 만나는 공간이어서 자연스럽게 소음이 발생한다. 중앙 무대는 강연장, 전시장, 문화 공연장으로 변신한다. '책놀이 쿵쿵쿵', '레고 놀이터', '수요일은 만화데이' 등 체험 프로그램, '책은 내마음의 반창고'와 같은 독서치료 프로그램, 피아노·밴드·현악 공연, 가족대항 보드게임 대회, 토요 동화콘서트 등 특화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자유학기제와 연계해 중·고등학생 대상으로 진로 도서 전시, 도서 관련 직업 체험 등도 열린다.

황동훈 사서는 "장기 있는 이웃 주민들 재능기부 형식으로 이야기쇼 등을 운영해 지역민과 지역민을 잇는 도서관 프로젝트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Q. 휴일은 언제인가요?

A. 지혜의 바다는 교육청 소속 공공도서관 중 최초로 휴일 없이 밤 10시까지 운영한다. 단, 일요일을 제외한 법정공휴일은 쉰다.

Q. 방문한 사람들 반응은 어떤가요?

엄숙한 분위기가 아닌 자유분방함을 지향하는 지혜의 바다에 자녀 손을 잡고 들어서는 가족들과 교복 입은 학생들이 많다. 지난 17일 오후 8시에도 도서관 곳곳 가족과 친구와 찾은 이들이 많았다. 가족과 함께 벌써 세 번째 지혜의 바다 도서관을 찾았다는 최희주(마산합포구 중앙동) 씨는 "서울에서나 봤을 법한 이런 독서 공간이 생겨 매우 반갑다. 그동안 고향의봄 도서관을 다녔는데 분위기와 규모가 완전히 다르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가족과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왔다는 마산공업고 김다빈(3학년)·성명진(3학년)·성민규(2학년) 학생은 "평상시 도서관은 시험기간에만 찾았는데, 한번 방문한 이후 친구와 함께 또 왔다"며 "학생 문화공간이 지역에 많이 없는데 같이 온 친구들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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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육청 창의인재과는 "지혜의 바다는 재능기부 강연이나 공연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무대 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며,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꿈길을 개척하는 데 도움을 주는 조력자 역할을 하는 공간"이라며 "경남의 독서문화를 선도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지역 폐교나 시설물을 이용해 지혜의 바다와 같은 북카페 도서관을 동부권(양산), 서부권(진주)에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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