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미술관 '나의 초상'전 작가 토크서 만난 영화감독 이명세
영화 낯설다는 지적에 '자신만의 조각 찾길' 조언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형사> 등으로 잘 알려진 이명세 영화감독이 17일 창원을 찾았다.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에서 열린 '나의 초상 작가 토크'에서 영화를 사랑하는 지역민과 마주 앉았다. 미술관 제2전시관, 그가 앉은 뒤편 문신(1923~1995) 선생의 석고원형 작품에 영화 (2007) 이미지가 비친다. 오는 5월 20일까지 열리는 '나의 초상'전에서 이 감독은 을 선보이고 있다. 감독 스스로 '이게 나야! 나의 초상이야!'라고 말했던 작품이다.

이날 을 중심으로 영화에 관한 많은 질문과 답이 오갔다.

◇영화 어렵다!?

"영화 후반부 즈음 가서야 꿈인 것을 알았다. 영화가 아주 어려워 감독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이 감독을 향해 영화 이 낯설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영화는 꿈에 관해 말한다. 데자뷔처럼 느껴지는 것들을 이 감독의 방식대로 풀어놓는다. 영화는 로맨스가 가미된 미스터리다. 기억과 꿈을 넘나들고 현실과 가상 경계에 서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장면들과 편집은 관객을 당황케 한다. 똑같은 상황이 서로 다르게 묘사되고 주인공 민우의 겉과 속이 구분없이 드러난다. 거리는 대칭 구조로 강조되고 초록과 노랑, 파랑으로 바뀌는 화면은 혼란스럽다.

그래서 관객들은 영화 스토리보다 이미지가 강했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나는 꿈을 많이 꾼다. 몇 년 전에 작고한 최인호 작가가 꿈에 나타났다. 꿈은 산 자와 죽은 자의 대화라고 생각한다. 꿈에 대한 호기심으로 영화가 시작됐고 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영화는 영상 이미지로 배치하는 것이다. 곧 이미지가 한 단어다. 이미지가 모여 문장이 되고 전체가 된다.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관객 각자가 영화를 느끼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명세 감독이 17일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을 찾았다. 이날 영화를 사랑하는 지역민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미지 기자

◇"메시지는 없다"

이 감독은 명확하고 명료해지고 싶은 마음, 해소하고 싶은 마음을 거두라고 했다.

그는 "나는 M자를 좋아한다.(이는 주인공 민우의 대사이기도 하다) 그런데 메시지를 싫어한다. 찾지 말고 느끼는 대로 영화를 봐라"고 말했다.

그러자 대중과 간격을 좁혀보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그는 대중이 잘 모른다고 해서 작업 방식을 바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단호했다. "흥행이 안 된 <첫사랑>이 회자하고 TV로 <개그맨>이 방영되면서 그때는 어려웠는데 이제는 이해가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내 영화는 늦게 도착한, 개봉이 안 된 편지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화감독과 영화 작가를 구분하자고 했다. 자본과 뗄 수 없는 영화시장을 꼬집으면서 '돈'만 있으면 될 수 있는 감독과 어느 순간 될 수도 평생 못 될 수도 있는 작가를 구별하라고 했다.

이에 대해 '나의 초상'전에 함께 참여한 양리애 작가는 "하나의 작품을 보듯이 영화를 봤다. 같은 작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와 닿더라. 작품을 하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라는 언어로 작품 활동을 하는 아티스트다"고 공감을 표했다.

이 감독이 자신의 영화와 작품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미지 기자

◇우리는 살아남은 자

타인을 의식하고 사회화된 모습에서 벗어나 자신의 원래 조각을 찾아보는 '나의 초상'전에 참여한 감독은 왜 사는가에 대한 질문 끝에 내린 답이 영화라고 했다. 그러곤 여전히 묻고 있단다. 영화가 무엇인지, 나는 누구인지를.

그는 이날 많은 이에게 스스로 자신을 물을 때 새로운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나는 앞으로 이런 질문을 계속 하지 않을까. 살아남은 자로서 무엇을 해야 할까. 이런 질문에 답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영화 <M>

영화 <M>속 세상은 아상블라주(집합·집적) 작품과 같이 모든 것이 혼재해 있다. 꿈과 기억, 과거와 현재, 가상과 현실, 어둠과 빛, 내면과 외면, 공포, 불안, 아름다움, 기쁨, 슬픔이 뒤섞여 작은 압축판과 같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최고의 베스트셀러 소설가 민우(배우 강동원)가 글을 한 줄도 쓰지 못하는 창작의 고통과 불안에 시달리며 까맣게 잊고 있던 첫사랑 미미(배우 이연희)의 기억 속 실마리를 찾아 펼쳐지는 모호하고 미스터리한 이야기. 그 속에 돋보이는 노랑, 초록, 파랑, 흑백 톤의 아름다운 영상미와 사운드. 모든 것이 불분명하고 암시와 추측으로 가득한 이 영화는 내 안에 잠자는 나를 일깨워 거울과 같이 나를 비춰보게 한다.

2007년 개봉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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